“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5조원 수준으로 단계적 확대해 중소농을 두텁게 지원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농업직불금을 2배 이상 확대해 2027년까지 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윤 후보의 직불금 확대는 농업 분야 최우선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여러 자리에서 직불금 5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확언했다.
윤석열정부 임기가 절반을 돌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공약은 실현 가능할까. 2025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된 상황에서 답을 내자면 ‘글쎄’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공익직불금 예산으로 약 3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는 가정하에 산술적으로 2027년 직불금 5조원이 달성되려면 1년에 8000억원씩 2년간 1조6000억원이 늘어나야 한다. 농업계에서는 ‘직불금 5조원 시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의 농업직불제 예산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정부는 농업직불제의 확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농업직불제 5개년 계획(2025∼2029년)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4월 발표한 ‘농업직불제 확대·개편 계획’에서는 농업직불제를 통해 농가 경영안정 강화 및 미래 농업으로의 도약 뒷받침을 비전으로 농가 경영위험 완화 및 중소농 소득안정, 미래 농업으로 도약을 뒷받침하는 선택형 직불제 확충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이처럼 정부가 농업직불제를 농업정책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5조원 공약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내년 농업직불 관련 예산 증가폭이 역대 최대(8%)라고 강조하지만, 5조원을 달성하려면 2년간 20%대 증가율을 기록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수치라는 분석이다.
특히 농업계에서는 수입안정보험 예산 등이 직불금 예산으로 책정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농가소득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에 수입안정보험 본사업을 편성하고 사업비를 올해 81억원에서 2078억원으로 확대했다. 수입안정보험의 시범사업으로 운영됐던 9개 품목은 전면 도입하고, 새로 6개 품목을 시범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정부는 농가의 수입 보장 보험 가입률을 현재 1% 수준에서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수입안정보험의 품목이 늘고 규모가 늘어날수록 직불금 예산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3∼5일 경북에서 전국대회를 열고 농업직불금 예산 5조원을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공익직불제 관련 기본계획을 올해 안에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윤석열정부 내 농업직불금 5조원 달성 여부를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나영 농식품부 공익직불정책과장은 “선택형 직불제 개편 등이 담긴 공익직불제도 기본계획을 올해 말쯤 발표할 예정”이라며 “수입안정보험의 품목과 가입이 늘면 내년 이후 전체적인 농업직불 예산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