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교차로서 찬란히 빛난 도시

부다페스트/ 빅터 세베스티엔/ 박수철 옮김/ 까치/ 3만원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는 유럽의 작은 변경 도시지만 “동양과 서양 사이”라고 지칭되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세계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세력의 침공이라는 부침을 겪어야 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문화와 지식을 흡수하며 독특한 역사를 형성했다.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기자로 일한 저자가 이렇게 곡절 많은 부다페스트의 역사를 다양한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설명한다.

이 도시가 겪은 험난한 역사는 이름에도 남아 있다. 로마 시기에는 ‘아퀸쿰’으로, 마자르인 정착기에는 ‘부다’로, 튀르크 점령기에는 ‘부둔’으로 불렸다.

빅터 세베스티엔/ 박수철 옮김/ 까치/ 3만원

오늘날 헝가리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마자르족은 번번이 혼자서 외세에 대항해야 했다. 17세기에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이 부다페스트를 차지해 제1차 세계대전까지 통치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나치 독일과 운명을 함께했다. 헝가리를 통치한 호르티 미클로시는 히틀러의 충직한 부하로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소비에트연방에 영향을 받는 공산국가가 됐다.

헝가리는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다민족 국가가 됐다. 그중에서도 부다페스트는 유대인, 그리스인, 노르웨이인 등 다양한 민족들이 들어와 교류하면서 중부유럽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발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케르테스 임레,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센트죄르지 얼베르트 등 세계의 위대한 문인과 음악가, 과학자들의 본거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