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의 ‘두께 도발’에 맞서 준비한 폴더블폰 신제품의 출시가 임박했다. 중국의 거센 폴더블 공세 속 중국 화웨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두 번 접는(트리플 폴드) 스마트폰 ‘메이트 XT’가 최근 디스플레이 파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삼성전자가 두께와 내구성을 다잡은 신제품으로 ‘폴더블폰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갤럭시 Z폴드 스페셜 에디션(SE)의 사전예약판매를 시작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Z폴드 SE의 출하량을 10만대가량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Z폴드6를 공개한 지 석 달 만에 또 다른 폴더블폰 출시를 서두르는 배경엔 중국의 ‘폴더블 굴기’가 자리한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의 조지 차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폴더블폰 ‘매직 V3’ 공개 발표회를 열고 “삼성전자 고객에겐 미안하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매직 V3의 두께는 접었을 때 Z폴드6보다 3㎜ 가까이 얇은 9.2㎜로, 매직 V3 출시 전 Z폴드6를 산 소비자들이 아쉬워할 것이라는 도발이다.
최근 중국 폴더블폰은 ‘내수용’ ’애국소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서유럽 폴더블폰 시장에서 아너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분기 통계이므로 삼성전자의 Z폴드6·플립6 출시 이전이긴 하지만, 아너도 매직 V3 출시 이전인 것은 마찬가지다. 아너는 전작인 매직 V2(두께 9.8㎜)의 흥행에 힘입어 서유럽 왕좌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아직 출시 전인 Z폴드 SE가 업계 관측대로 접었을 때 10.6㎜ 두께로 출시된다면 먼저 공개된 아너의 매직 V3, 샤오미 믹스폴드4(9.47㎜)보다 두껍게 나오게 된다.
중국 제품 대비 차별화 지점으로 내구성이 될 수 있다. 트리플 폴드로 ‘세계 최초’를 내세우며 화제를 모은 화웨이의 메이트 XT는 최근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화면이 접히는 힌지 부분에 굵고 검은 줄이 생기고 파손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메이트 XT는 제품 주의사항에 ‘영하 5도 및 그 이하 온도에서 스마트폰을 펼치지 말 것’이라는 문장을 포함하고 있어 제품 출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올해 겨울엔 품질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물오른 중국의 경박단소(輕薄短小·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 폴더블 기술력을 단번에 넘어서긴 힘들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중국 폴더블폰과는 다른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