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 갈등이 의대 교육환경과 평가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의사 중심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의대 인증 평가를 엄격하게 하려 하자, 교육부가 이를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고, 이에 의료계는 “후진국 수준 의사를 양성할 게 아니라면 의평원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전국 의대 교수들과 일부 정치인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용산전쟁기념관 앞에 모여 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소속 교수들과 의대생, 학부모 등 800여명은 이날 흰색 의사 가운을 입고 “의평원이 망가지면 의학교육 망가진다”, “의학교육 부실조장 시행령 개정 철회하라”, “불법조장 시행령을 국회에서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의사 출신으로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의평원 인증 평가를 무력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결과로 자격이 부족한 학생들이 의사 면허를 받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이는 의료 개혁의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했다. 박인숙 전 자유한국당 의원(울산의대 명예교수)은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교수가 부족해도, 학생들이 출석을 안 해도, 강의를 안 들어도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고 의사 면허를 받는다”며 “의학교육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을 무력화하는 법이나 교육부가 시행령으로 장난 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 의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세옥 부산의대 비대위원장은 “30주도 교육받지 않은 의대생들을 의대 교수들은 결코 강제 진급시킬 수 없다”며 “교육부는 서울의대에 대한 감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도 “7개월 가까이 수업을 받지 않아 당연히 유급해야 할 학생에게 유급을 허락하고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서울의대 학장에게 초고강도 감사라는 칼을 빼들어 의학 교육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영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장(경희대 명예교수)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부 의견을 발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율적인 전문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시국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에 대해 2025학년도부터 중단하고 재논의해야 하며, 의학교육을 파괴하려는 책임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4일 시행된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는 347명이 응시했다. 3212명이 응시한 지난해의 10% 수준으로, 공중보건의 등 부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