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자'가 크게 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제약물 복용자는 만성질환을 1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 먹는 약 10개 이상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환자를 말한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에서 제출받은 '다제약물 복용 만성질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종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2019년~2023년 약물 복용 개수에 따른 환자 수 변동 현황은 ▲10~11종 복용자가 44만856명에서 63만5044명, ▲12~14종 27만4718명에서 42만 9653명, ▲15~19종 10만7771명에서 18만9462명, ▲20~24종 1만4359명에서 2만8750명, ▲25종 이상 2343명에서 5134명으로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다.
한꺼번에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만성질환자가 많아지면서 그만큼 약 복용도 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외에 비해 의료비가 저렴하고 병원접근성이 좋아 무분별한 약물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병원 안팎에서는 병원 간 의료정보가 교류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의료정보가 개인적인 민감 정보라는 이유로 환자가 과거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병원 간 정보 교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동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병주 제주대학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중복으로 복용한다고 효과가 더 올라가는 게 아닌데, 일부 환자들은 여러 약제를 복용하면 좋을 줄 알고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예를 들면, 진통소염제의 경우 중복 복용하면 콩팥, 심장에 부작용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위장관 출혈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다제약물 복용자가 늘어날수록 부작용 위험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개인의 동의 하에 병원 간 약 처방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안전한 다제약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종류가 다른 약물을 다량으로 먹는 환자들이 늘면서 약값 지출도 크게 늘었다. 총 약제비가 2018년 16조4559억원에서 2022년 21조1104억원으로 5년 새 28%(4조6545억원)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