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것 없다”…법원, KIA 前단장·감독 ‘무죄’ 내리며 질타

후원업체에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형사범죄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잘한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전 감독과 배임증재 혐의를 받는 커피업체 대표 A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김종국 KIA 타이거즈 전 감독(오른쪽)과 장정석 전 단장. KIA 타이거즈 제공

장정석 전 단장은 2022년 5~8월 구단 소속이었던 박동원(현 LG트윈스) 선수에게 최소 12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2억원의 뒷돈을 3차례 요구했지만, 박 선수가 이를 거절해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단장은 김종국 전 감독과 같은 해 7∼10월 커피업체 광고계약과 관련해 1억6000만원을 받고 부정한 청탁을 들어줘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점을 봤을 때 장 전 단장과 해당 선수와의 사이에서 배임수재 미수는 해당 선수가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볼 만한 그런 사정이 없다”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도덕적 지탄과 무관하게 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두차례에 걸친 커피 광고계약과 관련해서도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 사이 6000만원이 오간 첫번째 계약에 대해 재판부는 “팬으로서 김 전 감독을 찾아온 A씨에게 김 전 감독이 광고주가 돼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며 “A씨가 김 전 감독에게 청탁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김 전 감독의 부탁을 A씨가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두번째 광고계약과 관련해서도 A씨가 부정한 청탁을 할 동기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법원은 다만 “피고인들이 뭐 하나 잘한 게 없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연봉협상을 담당하는 단장으로서 KIA 타이거즈를 위해 일한다는 임무에 반해 뒷돈을 챙기려고 했던 점이 있고, 커피 광고계약과 관련해서는 돈을 받아야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상황이란 점은 다 인정하고 있지만, 형사적 문제가 됐을 때 그 죄가 성립된다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