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희롱 피해자 전보 철회해야”…경희대는 불수용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희대에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전보 철회를 권고했으나 해당 기관이 불수용했다.

 

4일 인권위에 따르면 경희대의 한 부속기관은 진정인 A씨에 대한 전보를 철회할 것 등을 요청한 지난해 10월 인권위 권고를 올해 7월 최종적으로 불수용했다.

사진=뉴시스

A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은 한 통의 이메일 때문이다. A씨가 사내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이후 회사 이메일을 통해 피해자인 A씨를 비방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문건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된 것이다. 문건 작성자 확인 과정에서 직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자, 해당 기관은 피해자인 A씨를 대상으로 전보 조치를 단행했다.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는 A씨 전보에 대해 “성희롱 사건과의 연관성 등을 살피지 않고 진정인의 의사에 반한 인사 조치를 했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이익을 준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에 대한 전보를 철회할 것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 직후 해당 기관은 “A씨 전보 철회에 대해 노사협의회 등의 절차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올해 3월 입장을 바꿔 “노사협의회에서 A씨에 대한 전보 조치는 성희롱 사건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당장 철회하기는 어렵고, 추후 재논의하겠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성희롱 2차 피해 결정을 부인하고, 진정인에 대한 전보 조치를 재논의하겠다는 입장마저 번복하는 등 진정인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