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는 끝이 없다. 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금투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놓고 찬반 격론을 벌이다 결국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현 지도부가 유예론에 힘을 실고 있지만 아무 기약이 없다. 시행이 불과 석 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거야가 아직도 미적거리며 증시 불확실성과 투자자 시름을 키우니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당이 중구난방식 논란으로 증시 혼선과 불안을 야기한 지 오래다. 이재명 당 대표는 지난 8월 유예론을 제기했다가 한 달 후에는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자”며 말을 바꿨다. 이어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과 전용기·이연희 의원 등이 유예론에 합류했다. 반면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 “보완 후 시행”을 주장하는 강경파(진성준 정책위의장, 임광현 의원 등)는 요지부동이다. 오죽하면 원내 대변인이 “보완 후 시행과 유예, 폐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고 했을까.
그 사이 금투세는 자본시장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며 가뜩이나 외풍에 취약한 한국증시 침체를 부채질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한국 코스피는 6.5% 올라 세계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증시(13.8%)보다도 저조하다. 코스닥지수는 5.6% 떨어져 꼴찌수준이다. 금투세시행 때 큰손의 증시이탈과 자본유출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던 게 틀림없다. 금투세 적용 대상이 전체 주식투자자의 1%인 15만명이지만 이들이 움직이는 자금이 150조원에 달한다.
민주당 지도부가 2∼3년 유예 쪽으로 결론 내도 근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국회가 차기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다시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금투세발 증시혼란이 되풀이될 게 뻔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유예와 폐지는 완전히 다르다”며 “그렇게 (유예로) 되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 가능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의원도 “금투세 유예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폐기가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장 금투세를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민주당의 정책여론조사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51.9%)이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환자를 수술하려면 먼저 건강이 받쳐줘야 한다”며 “우리 증시는 금투세를 도입하기엔 체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국 증시상황은 응급실에 실려 간 중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더는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정치권은 증시 발목을 잡고 있는 금투세논란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주식 세제 전반을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증시의 고질적인 저질 체력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해소를 위해 밸류업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밸류업의 속도를 높이려면 상속세 개편과 주식 장기보유 시 세제 혜택, 주주환원 인센티브 등과 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