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애니’ 시연 무대에 대형견 한 마리가 등장했다. ‘콜리’란 이름의 3살 된 레트리버(수컷)이다. 극 중 떠돌이 개 ‘샌디’ 역을 맡아 열연(?)한다. 콜리는 고아원을 탈출한 ‘애니’(최은영·곽보경)가 거리를 헤매던 개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나온다. 경찰이 ”떠돌이 개 아니냐”며 끌고가려 하자 애니는 자신의 개라고 주장하면서 이름이 ‘샌디’라고 둘러댄다. 경찰은 의심하면서 애니가 진짜 개 주인이 맞는지 둘을 멀리 떼어 놓고 시험한다. 긴장한 애니가 “샌디”하고 부르자 개가 반갑게 애니 품으로 달려든다. 경찰이 애니 말을 믿고 사라진 후 애니와 샌디는 단짝 친구가 된다.
최은영은 “(처음에는) 샌디 역의 콜리가 대형견이라 저랑 몸무게도 비슷하고 서면 키도 비슷해서 컨트롤(제어)하기가 살짝 어려웠다”면서도 “공연 시작 전 30분 정도 같이 합을 맞추고 쓰다듬어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애니’ 제작사 와이엔케이홀딩스에 따르면, 무대 경험이 처음인 콜리는 사전에 전문 훈련사를 통해 무대 위에 설 만한지 평가받고 합격한 뒤 전문 교육시설에서 2달간 집중 훈련을 받았다.
먼저 콜리가 익혀야 할 동선을 정리한 다음 콜리가 익힐 때까지 2주가량 훈련했다. 이어 한 달가량 애니 역 배우들과 교감을 쌓고 실제 공연 때와 유사한 환경에서 연습했다. 특히 콜리가 애니를 맡은 최은영, 곽보경과의 호흡이 중요한 만큼 서로 깊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다른 배우들은 콜리와 가급적 접촉하지 않게 했다. 반면 최은영과 곽보경은 연습 시간 외에도 콜리와 함께 산책하고 간식을 주면서 ‘앉아’ 등 기본 지시를 따르도록 훈련시켰다.
무대에서 콜리의 동선과 퇴장은 별다른 수신호 없이 진행된다. 애니가 “도망가”라고 하면서 끈을 놓으면 달리고, 애니가 앉아서 팔을 벌린 채 “이리 와”라고 하면 달려가도록 했다. 만의 하나 콜리가 공연 중 반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애니 역 배우들은 콜리가 좋아하는 간식을 소지하고 연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 관계자는 “지난 1일 공연 첫날부터 전문 훈련사가 공연장에 상주하면서 콜리의 건강 관리와 휴식, 불편함 해소 등을 관리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롤드 그레이 만화 ‘작은 고아 소녀 애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애니’는 대공황이 닥친 1930년대 뉴욕의 한 고아원이 주요 배경이다. 애니는 언젠가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주정뱅이 원장 해니건의 고아원을 탈출할 기회를 노린다. 억만장자 갑부인 워벅스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함께 보낼 아이를 만나기 위해 고아원을 방문한다. 돈과 일 밖에 모르고 살았던 워벅스가 삶의 위안을 얻게 해준 애니를 도우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최고 뮤지컬상 등 7관왕을 차지했고, 그래미상 최고 앨범상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전 세계 32개국에서 공연되고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1985년 초연 이후 2019년까지 여러 차례 관객과 만났다.
새 제작사와 창작진이 손잡고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 ‘애니’는 아역 배우들의 곡예를 더한 안무와 LED를 사용한 화려한 무대미술 등으로 한층 달라졌다. 특히 아역 배우들의 역동적인 춤과 노래, 연기를 보는 것도 즐겁다. 13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은 애니 역의 최은영과 곽보경(11세)을 포함 해 초등학교 2∼6학년(만 7∼11세) 배우 20명이 고아원 아이들 역할로 10명씩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기존 7명보다 3명 늘었다. 남경주와 송일국(워벅스 역), 신영숙과 김지선(해니건 역)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최은영과 곽보경은 “희망을 잃지 않는 애니처럼 관객분들이 ‘애니’를 보면서 위로를 얻고 희망을 담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