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47.6% “인파 사고 우려 상황 경험”… 취약 지역은? [주말, 특별시]

제2 이태원 참사 위험성… 서울땅 13.9% 해당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며 시민들의 야외활동이 잦아지고 각종 축제도 잇따르면서 인파 사고를 둘러싼 우려가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2년 전 사망자 159명을 낸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서울의 시민 절반가량은 인파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장소로는 강남역과 홍대입구 등이 꼽혔다. 서울 전체 면적의 13.9%가 다중운집 취약 지역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의 ‘다중운집 분석 기반 서울시 인파 안전관리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시민 47.6%는 “인파 사고가 우려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8월3일부터 16일까지 15∼69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다. 인파 사고 위험을 느꼈던 장소로는 ‘축제·행사·집회’라는 답이 79.2%, ‘유명인이 나오는 거리공연 등’이라는 답이 58.6%, ‘크리스마스나 핼러윈 등 자발적 다중운집 행사’라는 답이 53.8%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60년간 서울에서는 6건의 인파 사고가 발생했다. 1960년 1월26일 설날 4000여명 귀성 인파가 서울역 승강장으로 몰리면서 빙판이 된 계단 위에 사람들이 넘어지고 깔려 31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다쳤다. 1974년 9월28일 추석 귀성 열차를 타려 용산역 계단에 몰린 승객들이 넘어지면서 4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1992년 2월17일 미국 아이돌그룹 뉴키즈온더블록 내한공연 때 관객 1만5000명이 공연 중 무대 쪽으로 몰리다 넘어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쳤다.

 

2000년 12월31일 보신각 타종 행사에 6만명이 물리면서 5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2001년 1월5일 아이돌그룹 클릭비를 보러 쫓아가던 팬 1명이 뒤따르던 팬들에 밀려 압사했다. 그리고 2022년 10월29일 핼러윈 행사를 즐기던 사람들이 좁은 길에 몰렸다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 특히 이태원 참사는 이전 사고들과 달리 목적과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은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일어난 대규모 재난으로, 안전 관리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서울은 생활인구가 많고 좁은 길이 밀집해 있으며, 짧은 시간 안에 인파를 유인할 원인이 산재돼 있어 다중운집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서울과 같이 인구와 시설이 밀집한 도시에서 인파 사고가 발생하면 시설물 붕괴 등 복합재난 양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축제가 열린 서울의 한 전통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는 모습. 뉴시스

연구원이 공간분석과 현장조사, 시민 인식조사 등을 거쳐 도출한 다중운집 취약 지역은 서울 전체 면적의 약 13.6%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요 랜드마크가 있는 곳은 강남역·홍대입구·명동·성수동 등 99곳이다. 인파가 자주 밀집하는 데다 유출입로가 복잡하고 보행 장애물이 많은 곳들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원 조사에서 시민들은 주중 인파 사고가 우려되는 지하철역으로 강남역(21.9%)을 꼽았다. 신도림역(14.9%), 홍대입구역(12.9%), 이태원역(11.9%), 고속터미널역(5.9%) 등이 뒤를 이었다. 주말에는 홍대입구역이라고 답한 비율이 20.0%로 가장 높았고, 강남역(17.3%), 이태원역(10.1%), 고속터미널역(7.5%), 광화문역(6.5%) 등 순이었다.

 

인파 사고가 우려되는 관광특구로는 이태원을 꼽은 이들이 2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22.0%), 홍대(16.3%)였다. 상권 중에선 광장시장이라는 답이 10.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이태원앤틱가구거리(9.4%), 압구정로데오거리(7.8%)였다. 인구 밀집 지역 중에선 강남역이 우려된다는 응답 비율이 16.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홍대입구역이 13.9%, 신도림역이 10.8%였다. 기타 인파 사고 우려 지역으로는 명동역 일대 명동재미로 주변(22.6%) 등 답변이 나왔다.

 

보고서는 “다중운집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인파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그 중 보행장애가 높게 나타나는 지역에 인파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안전 관리 주요 지점을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이후 다중운집 행사 안전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옥외행사 안전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폐쇄회로(CC)TV로 면적당 인파를 자동감지하고, 위험 상황 발생시 자치구·경찰·소방당국에 상황을 전파하는 ‘지능형 피플 카운팅 시스템’ 등 인파 관리 대책도 마련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 오는 5일 개최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로 인한 교통통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뉴스1

5일 여의도에서 열리는 세계불꽃축제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대책도 미리 내놨다. 시는 교통센터(TOPIS) 시스템에 교통 CCTV와 드론을 아우르는 통합시스템(TMB·TOPIS Monitoring Board)을 이번 불꽃축제에 처음으로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교통 상황을 육안으로 관제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드론 영상도 보면서 대응한다. 기존에 CCTV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사각지대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정부도 긴장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이날 관계부처와 서울시 등에 “불꽃축제에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돌발 상황과 안전 사고에 대비해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고 입구 및 출구 분산, 안전선 설치, 비상 대피로 확보 등 인파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한 총리는 행사 종료 후 귀가인파가 일시에 집중될 경우에 대비한 대중교통 수송대책 점검과 어린이·노약자·장애인·외국인 등에 대한 세심한 안전관리 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