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가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 섬 원전이 재가동된다. 1979년 3월 당시 냉각수 공급 시스템에 생긴 문제로 2호기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렸고, 건물 내 방사능 수치는 정상 수치의 1000배 가까이 올랐다.
아픈 과거에도 원전을 재가동하는 이유는 ‘전력 공급’을 위해서다.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인공지능(AI) 가동 등을 위한 마이크로소프트(MS)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의 상업용 운전을 2028년 재개한다고 밝혔다. MS는 20년간 전력 공급 독점 계약을 맺었다. 원자로 재가동을 위해선 스리마일 섬 발전시설에 16억달러(약 2조1000억원)가 투자된다.
◆원전에 주목하는 지구촌
원전 확대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8월 스위스는 올해 말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가능하게 할 원자력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201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확정한 국가다.
이탈리아 또한 지난 7월 10년 내 가동을 목표로 하는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2050년까지 원전이 전체 전력의 11% 이상을 맡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역시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했으며, 1990년 이후 마지막 원전 가동이 멈췄다.
프랑스는 탈원전 계획을 뒤집었다. 2018년 원전 비중을 50%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프랑스는 3년 뒤 신규 원전 14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스웨덴 또한 지난해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재래식 원전과 다수의 SMR전을 건설하겠다고 전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스위스의 경우 에너지 공급 불안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유럽 국가들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거세지자 원전을 활용한 전력 생산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프랑스는 기후변화 대응에 원전 에너지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기후변화와 저탄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원전을 꼽은 프랑스는 지난달 북서부 노르망디 해안가에 있는 플라망빌 원전 3호기를 가동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전체 원자력발전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국가다.
◆AI 열풍에 원전 인기 ↑
AI 거물들도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3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무탄소 전력원을 확대하겠다”며 “원전에서 조달한 전력을 데이터센터에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슨 황 엔비디아 CEO 또한 지난달 28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원전은 매우 훌륭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중 하나”라며 “에너지의 가용성과 비용, 그리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까지 균형 있게 고려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기업들이 원전을 필요로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서다. 엔비디아의 경우 AI 용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데, 안정적인 전력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원전만 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의 3분의 1 정도가 테크 기업들과 전력 공급을 위해 협상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원전에 대한 반감을 키운 세계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하는 AI 열풍에 ‘원전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