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접경지역 주민 외면한단 지적에… 정부, 부랴부랴 카페서 이장 2명 면담

정부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으로 불안을 호소하는 접경지역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이장 2명과 카페에서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실시했던 주민간담회와 달리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달 23일 파주시 파평면 소재 카페에서 이장 2명을 만나 대북전단 관련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해당 날짜는 통일부가 대북전단으로 긴장감 커진 접경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세계일보 보도가 나온 이후다. <세계일보 9월23일 기사 참조>

북한이 보낸 쓰레기 풍선.연합뉴스

이장들은 주요 전단 관련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지적하며 “외부인이 파주지역까지 와서 위험을 야기하는 활동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는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현 정부 출범 후 민간단체들은 약 21차례 이상 대북전단을 살포해왔고 북한도 이에 반발해 지난 5월 이후 오물·쓰레기 풍선을 부양해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국면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2014년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으로 남측으로 고사총을 쏜 사례도 있다.

 

앞서 통일부는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김포, 연천에서만 주민간담회를 지난 6월과 7월에 각각 실시했다.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가장 많이 날려온 강화, 파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특히 파주시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이 있고 대북전단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큰 지역이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국회의 지적이 나오자 급하게 간담회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포, 연천 주민간담회는 지역 행정센터에서 주민, 지자체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이장 2명을 불러 면담을 한 것이라 소통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규모가 작아진 것에 대해 “저희가 접경지역 계신 이장님들을 개인적으로 섭외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 “해당 지역 이장님들은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셨다”고 밝혔다. 

5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쓰레기 풍선이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시에 요청했더라면 주민분들에게 안내하고 모아줬을 텐데 통일부에서 어떤 연락도 없었고 면담을 한 사실조차 몰랐다”면서 “(통일부가 찾은) 파평면은 대북전단을 많이 날린 지역은 아니고 월롱면이나 탄현면에서 많이 날려왔고 그 지역이 주민들의 반대도 가장 심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으로 인한 반대집회도 개최하고 있다. 민통선 안쪽에 있는 장단면 대성동 마을은 최근 북한이 설치한 확성기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며 이주를 요청하고 있다는 게 파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남북관계가 좋지 않으면 관광객도 줄어들고 주민분들도 불안해한다. 통일부가 이런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7월17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수정하면서 ‘접경지역 주민간담회 등 추가적 노력도 병행’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최근 접경지역 주민 소통 부족 문제가 잇따르자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는 주민간담회를 실시하겠다는 표현을 다시 명시했지만 주민과 소통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일부러 뺄 이유는 없다. 주민들과 추가적인 소통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주민들과 소통 안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니까 면피성으로 (간담회를) 실시한 것 같은데 모양새도 제대로 안 갖춰진 것 같다”면서 “불안하단 의견이 나와도 표현의 자유만 강조하는 것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전단 살포를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전단은 (2㎏이 넘으면) 항공법 위반이고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실정법 위반이 명백한데도 (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을 안 한다면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