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 호출기, 즉 ‘삐삐’의 동시다발적인 폭발로 헤즈볼라 대원 다수가 죽거나 다쳤다. 9월 27일에는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본부가 폭격당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했으며, 이후 그의 후계자 역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들려왔다.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적 수뇌부를 제거하여 전쟁을 예방하거나 승리를 거두기 위한 참수작전으로 볼 수 있다. 참수작전은 아군의 피해를 줄이면서도 빠르게 승리를 쟁취하는 효율적인 전략임에도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작전으로 평가되어왔다. 그러다 정밀타격무기와 무인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정보 획득 능력의 증대는 참수작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였고, 2010년대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략의 핵심 방법으로 부상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1월 3일, 이란의 2인자이자 쿠드스군 총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서 미국의 MQ-9 리퍼 무인기 헬파이어 미사일에 의해 폭살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 선상에서 이스라엘의 참수작전은 정보, 작전 수행 능력, 과학기술이 결합된 결과다.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축적해왔다. 정보기관은 직접 침투뿐 아니라 CCTV, 차량 블랙박스, 이메일 해킹 등을 통해 헤즈볼라 내부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조직 구조와 주요 구성원의 동태를 파악했다. 창의적이고 고난도의 작전 수행 능력도 더해져, 삐삐에 폭탄을 장착하거나 같은 지점에 연속 폭격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타격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