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경 너머로 번진 전쟁… ‘5차 중동戰’ 위기감

가자 전쟁 발발 1주년

하마스 소탕·헤즈볼라 소멸 의지 속
이스라엘, 이란과도 갈등 골 깊어져
이란 핵시설 등 재보복 공격 긴장감

어린이 1만여명 등 4만1800명 사망
식량·식수 절대 부족에 기아 등 속출
레바논 병원 파괴 의료인 50명 숨져

‘중동의 화약고’. 지중해와 인접한 서아시아의 이스라엘은 1948년 국가가 세워진 이후 줄곧 이렇게 불렸다. 중동의 반발 속에서 유대인과 서구의 힘에 의해 세워진 이후 주변 세력과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진 탓이다. 2023년 10월7일 이 갈등에 마침내 불이 붙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다수의 로켓포를 발사하며 이스라엘 국경 너머를 급습한 탓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지상전 대응 이후 곧 끝날 것처럼 보였던 전쟁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전선을 자국 북부 레바논까지 넓혔다. 이·하마스 전쟁 초기부터 진행되던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갈등 수위가 깊어지더니 최근 무선기기 연쇄 폭파와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살해 이후 극에 달했다. 결국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제한적 지상전이 시작된 상태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측면지원하던 이란과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이란이 두 차례나 이스라엘 본토 공습에 나서 ‘제5차 중동전쟁’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전쟁 그만”… 美서 대규모 반전 시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년(10월7일)을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모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규탄하는 피켓 등을 들고 팔레스타인 등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욕=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은 지속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무차별 공습에 이미 대규모 사상자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4일 현지 보건부 통계를 인용해 최근 3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연일 이어진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레바논에서 어린이 127명을 포함해 140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도 7500명에 달해 전체 사상자가 9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 분쟁감시단체 에어워즈는 이스라엘의 최근 공습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제외하면 지난 20년 사이에 세계에서 벌어진 가장 격렬한 공중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이라고 밝혔지만, 군사시설 정밀폭격이 아닌 전방위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상대했을 때처럼 병원 등 공공시설도 거침없이 공습해 논란이 되는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현지 보건 당국을 인용해 지난 72시간 동안 의료인 50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와 병원 등 필수시설 파괴, 식량 및 식수 절대 부족으로 인한 기아 등 1년간 이어진 가자지구의 참사가 레바논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쟁 1년을 맞은 가자지구는 이미 사망자 숫자가 수만 단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5일 기준 전쟁 사망자는 4만1825명에 달한다. 이 중 1만1355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률이 무너진 전쟁이 참사를 키우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완전한 소탕과 헤즈볼라 소멸 등을 위해 공격을 계속할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데다 이들 무장단체를 측면지원하던 이란과 갈등도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 수장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에 지난 1일 탄도미사일 180여기를 발사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재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의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공격에 대응할 의무와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이 이란을 자극할 만한 곳일 수 있어서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이 과거보다 더 강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란을 직접 타격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표적이 될 수 있는 시설들로 석유 생산 시설과 핵 시설 등을 꼽았다.

6일 새벽(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이 중 석유 및 가스시설 공격은 국제유가를 자극해 전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는 대선을 앞둔 미국도 마찬가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가 그들의 처지에 있다면 난 유전을 공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들을 생각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핵 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을 더 크게 자극할 수 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는 이스라엘이 상징적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도 이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4일 미 국무부 최고위급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하지 않겠다는 확언을 바이든 행정부에 해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