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337억’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실제 지원은 24% 불과

1010억 홍보·운영비 등에 쓰여
“피해자 보호 사업 취지 퇴색” 지적
구조금 이용 경험률도 14% 그쳐
신청과정 복잡… 시간도 오래 걸려
간접비 지출 축소 등 개선 시급

범죄 피해자를 위해 국가가 지급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피해자 지급액이 전체 기금의 2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의 대부분이 운영비와 홍보비 등의 간접지원 사업비로 쓰이는 탓에 실제 피해자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세계일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총액은 1337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중 범죄피해구조금 및 치료비 등의 경제적 지원과 진술조력인 및 국선변호사 지원 등 피해자에 대한 직접지원 사업비는 약 321억원에 그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머지 약 1010억원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스마일센터 운영비, 범죄 피해자 지원제도 홍보비 등 간접지원 사업비와 여유 자금 운용 등에 지출됐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대부분이 간접비로 쓰이면서 기금이 피해자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주로 범죄자들이 낸 벌금의 8%를 재원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과태료나 범죄로 인한 이익 몰수금은 재원에 포함되지 않아 기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운영되는 범죄피해구조금 제도도 소극적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구조금은 범죄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해, 중상해를 입고도 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피해자나 유족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의 이용률은 저조하다. 최근 법무부가 실시한 범죄피해자지원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죄피해구조금에 대한 이용 경험률은 14.2%에 그쳤다.

 

구조금은 유족구조금, 장해구조금, 중상해구조금으로 분류되며 기준에 따라 유족구조금은 최대 1억7481만원, 장해 및 중상해는 최대 1억4567만원까지 지원된다.

 

하지만 실제 지급된 구조금 액수는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지급된 구조금을 살펴보면 유족구조금은 평균 약 7500만원, 장해구조금은 약 2900만원, 중상해구조금은 약 93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각각 최대 지원 가능 금액의 42.9%, 19.9%, 6.4% 수준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신과 치료 같은 경우는 3년이 지난 뒤에야 한꺼번에 (구조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며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 회복이 안 된 상태인데, 신청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검찰청에 직접 가서 신청해야 하는데,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태”라며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과정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준태 의원은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에 대한 두터운 지원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피해자 직접지원 사업에 보다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전체 기금에서 간접비 지출을 일정 비율 이내로 정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