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필리핀서 94세 6·25 참전 영웅 ‘펩톡’ 노병에 감사 인사

尹, 13년만에 필리핀 국빈 방문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
펩톡 노병 “한국전 자랑스러워”

동남아시아 3국 순방길에 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 소재 ‘영웅묘지’를 찾아 6·25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맞아 이뤄진 국빈 방문의 일환이다.

 

이날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첫 공식 일정으로 오후 2시45분쯤 남색 정장에 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김건희 여사와 함께 기념비를 찾았다. 약 7m 높이의 검은 삼각형 기념비 앞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이상화 주필리핀대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필리핀 측에선 참전용사 5명, 후손 11명,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임원 8명, 한국전 참전용사협회장, 필리핀 로이 갈리도 육군 중장 등이 자리했다.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현지시각) 마닐라 영웅묘지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필리핀 의장대의 애국가와 필리핀 국가 연주에 이어 소총 발사와 진혼곡 연주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 리본이 달린 흰 화환도 놓여져 있었다.

 

갈리도 중장의 안내로 헌화와 묵념을 마친윤 대통령은 필리핀 참전용사들과 유가족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1950년부터 3년간 한국에 파병왔던 플로렌도 베네딕토(94) 참전용사에게 “기억나시는 것 없으신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베네딕토 참전용사는 “2년간의 한국 파병 기간 동안 율동전투 등 필리핀 부대가 참전한 주요 전투에서 싸웠다”며 “한국전 참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참전용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율동전투는 1951년 4월 22일부터 23일까지 철의 삼각지대로 불리던 경기 연천군 북방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로, 필리핀군 제10대대전투단이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를 막아낸 승리로 전해진다. 이 전투에서 필리핀군은 중공군 500여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필리핀은 1950년부터 5년간 총인원 7420명을 한국에 파병했다. 이 과정에서 112명이 사망했고, 윤 대통령이 헌화한 추모비는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필리핀에선 6·25 참전용사를 ‘펩톡(PEFTOK·Philippine Expeditionary Forces to Korea)’이라고 부른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3일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필리핀은 6·25 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은 규모의 병력을 파병한 혈맹”이라며 “우리나라와 북한 문제를 비롯한 역내 안보 현안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필리핀 방문은 2011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약 13년 만에 이루어지는 한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다. 필리핀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미국, 대만, 영국, 프랑스에 이어 우리나라의 5번째 수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