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은 한때의 꿈이었던가, 독재로 회귀한 튀니지… 사이에드 대통령 90% 지지로 연임 눈앞

튀니지 대선에서 카이스 사이에드 현 대통령이 90% 가까운 지지율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튀니지에 다시 독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시그마가 이날 투표 종료 후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89.2%에 달했다. 경쟁자인 아야치 잠멜과 주하이르 마그자우이의 예상 득표율은 각각 6.9%, 3.9%에 그쳤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국영TV에 출연해 ‘외국의 간섭’에 대해 경고하고 “이것은 혁명의 연속이다. 우리는 부패자, 반역자, 음모자를 청산하고 나라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잠멜과 마그자우이의 선거캠프는 실제 결과는 출구조사와 다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 AFP연합뉴스

선거관리위원회 발표한 투표율은 27.7%에 그쳤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이후 튀니지에서 치러진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2019년 대선 투표율은 45%였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을 통해 독재자인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한 후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2019년 10월 헌법학자 출신의 사이에드가 대통령에 선출된 후 튀니지가 독재정치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척결을 명분으로 2021년 7월부터 이른바 ‘명령 통치’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켰고, 2022년 7월 개헌으로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 강화했다. 

 

야당도 지속적으로 탄압했다. 온건 이슬람 성향 야당인 엔나흐다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를 비롯해 아비르 무시, 이삼 체비, 가지 차우치 등 정부에 비판적인 주요 야권 인사들과 언론인들은 지난 1년간 반역 음모 등 다양한 혐의로 투옥됐다. 

 

야당 탄압은 선거를 앞두고 더 극심해져 사이에드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선관위가 지난달 유력한 대선 후보 3명을 실격 처리했다. 대선 후보로 최종 등록된 잠멜도 유권자 지지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14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지난달 수감됐다. 선관위가 두 개의 독립적인 지역 감시단의 투표 감시를 금지하면서 부정선거 우려도 나왔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의 항의가 빗발쳤고, 정치적 긴장은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선거가 있었던 이날도 수도 튀니스에서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AFP 통신은 시위대 일부는 사이에드 대통령을 “법을 조작하는 파라오”라고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