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 등의 갈등으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강세에 대한 베팅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개월 선물에 대한 하락 베팅(풋옵션) 대비 상승 베팅(콜옵션) 비율은 2022년 3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원유공급 차질 우려가 치솟던 때다.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기와 맞먹을 정도로 커진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란의 석유 수출이 막힐 가능성이 제기되자 다시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원유 선물 가격은 1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는데 옵션 시장에서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헤지펀드나 원자재 시장 관계자 등에 지배적이었다. 중국을 필두로 한 국제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며 석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및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플러스(OPEC+) 회원국들도 공급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어 원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0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쟁 위기가 성장 둔화 우려를 뛰어넘었다. 심지어 지난주 트레이더들은 브렌트유가 12월에 100달러 이상 갈 수 있다는 콜옵션도 많이 매수했다. 지난 3일의 경우 전체 상승 베팅 거래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동 원유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WTI 선물은 지난 주중에 11%까지 급등했다.
칼리 가너 디칼리 트레이딩 설립자는 “본질적으로 시장이 유가 상승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최근 유가 상승 베팅 급증에 대해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옵티버의 오일 옵션 책임자 아누라그 마헤쉬와리는 “유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유가 상승에 대한 베팅도 많이 늘었다”면서 “내재 변동성은 작년 10월의 최고치도 넘어섰는데, 변동성 확대가 잠재적으로 석유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