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등 증시 호황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주요 기업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투자 열기가 뜨거운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내부자들의 증시에 대한 온도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6일(현지시간) 내부자 주식거래 정보제공업체 인사이더센티먼트닷컴에 따르면 기업 임원·이사가 자사주를 거래한 미국 기업 가운데 순매수로 기록된 기업이 7월 기준 15.7%에 그쳤다. 이는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이다. 이 수치는 8월 25.7% 반등했다가 9월 다시 21.9%로 떨어졌는데 10년 평균인 26.3%보다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다른 업체 워싱턴서비스 자료를 보면 1∼9월 기업 임원·임원 등 내부자의 자사주 매수액은 23억 달러(약 3조981억원)로 2014년 이후 동기 대비 가장 적었다. 지난해 동기 30억 달러 대비로는 7억 달러(약 9429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인사이더센티먼트닷컴 고문인 네자트 세이훈 미시건대 로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내부자 거래는 전체적인 향후 주식 수익률을 알려주는 매우 강력한 예측 변수”라면서 향후 주식 수익률이 평균에 못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자들이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오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붐과 연착륙 기대 등에 힘입어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올해 들어 21% 상승했고 종가 기준 연중 43번이나 신고가를 쓴 상태다. 다만, 8월 초에 발표된 7월 실업률이 4.3%로 상승한 뒤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등 지표에 따라 증시가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 내부자들도 몸을 사리며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고평가 상태라는 인식도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해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수장들의 자사주 매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103억 달러(약 13조8741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각했으며 델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클 델 CEO는 56억 달러(약 7조5432억원), 메타플랫폼의마크 저커버그 CEO는 21억 달러(약 2조8287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AI 열풍 속 최근 주식시장에서 ‘대장주’로 대접받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조차도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했다.
기업 내부자 외에도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등도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금 보유액은 6월 말 기준 2770억달러(약 373조원)로 사상 최대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 5월 세계 경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비관론을 제기하면서 JP모건 주식도 고평가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투매장에서 이들 내부자들은 오히려 저점 매수에 나선바 있다. 2020년 3월 한 달간 이들은 13억 달러(약 1조7511억원) 가까이를 사들였었고 최근 이를 이익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