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佛은 다양한 가족 형태 포용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저출산 위기 대응 해외사례 보니

2023년 세계 합계출산율 2.3명에 불과
아프리카 제외한 모든 대륙 ‘평균 이하’

1990년대 이미 초저출산 경험한 독일
부모보조금 등 막대한 재정 들여 ‘반등’

일·가정 양립정책 중점 둔 ‘스웨덴 모델’
노동시간 단축해 남성 돌봄 책임 강화

인구 1위 대국 자리 내준 中, 대책 부심
日은 저출산·고령화 지속 ‘백약이 무효’

세계 합계출산율은 1950년 여성 1인당 약 5명에서 지난해 2.3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최근 들어 75년 전보다 절반 이하로 자녀를 적게 낳고 있음을 뜻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전반적으로 소득이 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런 변화가 이뤄졌지만, 현재 예상되는 것처럼 2050년대에 세계 평균 출산율이 ‘대체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장기적인 세계 인구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대체 수준 출산율은 현 세대의 부부가 자신들을 대체하기 위해 가져야 할 자녀 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유아 사망률을 감안해 선진국에서는 보통 2.1명으로 계산된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만이 유일하게 출산율이 세계 평균을 웃돌고, 대체 수준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여기에 오세아니아만 추가된다. 다른 대륙 국가들은 출산율로 보면 이미 인구 감소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지난 세기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았던 유럽은 각종 혜택과 남성 육아참여 지원, 적극적인 이민정책 등으로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유럽 각국, 출산율 반등 성공

유럽의 출산율 반등 성공 비결은 지속적인 정책 개발을 통해 출산으로 인한 가정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요약된다.

7일 국회예산정책처와 부산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독일은 1990년대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을 일시적으로 경험했지만 다시 1.5명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1970년 2.04명에서 1995년 1.25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독일 합계출산율은 1996년 1.32명으로 반등한 뒤 2016년 1.59명까지 점진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독일의 인구 증가 요인은 부모보조금과 육아 세금공제 헤택 등을 비롯해 막대한 재정 투입을 통한 저출산 대책, 전 국민 무상교육,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한 생산인력 확보, 40세 이상 고령 출산자 증가 등이 꼽힌다.

독일의 가족지원예산은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현금지원의 비중은 GDP 대비 1.08%로 OECD 평균(1.12%)에 비해 낮다. 독일은 애초 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현금지원을 강조해 왔는데, 200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생활이 늘며 출산율이 떨어지자 스웨덴 모델을 참고해 보육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일·가정 양립 정책에 중점을 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북유럽의 아동·가족·사회복지를 통한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 경감은 가장 중요한 출산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스웨덴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함과 동시에 일·가정 양립과 육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체계를 확립했다. 스웨덴은 양육의 사회화와 함께 남성의 돌봄 책임 강화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했다. 이미 1974년 유럽 최초로 남녀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뒤 남성의 육아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아빠의 달’ 의무사용 기간 90일을 만들고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되게 하기도 했다.

2010년 합계출산율 2.03명을 찍은 프랑스도 최근 들어서는 출산율이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유럽연합(EU) 내 인구증가율과 합계출산율 최상위다. 전통적인 혼인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인 가족규범, 동성·동거 부부, 미혼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낮기 때문에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기준 프랑스 15∼64세 여성 취업률이 67.6%이고,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45.3%에 달할 정도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도 높은 출산율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속수무책 동아시아… 인구 감소 가속화

반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3국은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에 대책을 강구하지만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다. 일본은 2011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2032년, 중국은 2030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1989년 합계출산율이 1.57명으로 내려가는 ‘1.57 쇼크’를 겪은 뒤 30여년간 저출산 대응 정책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과 프랑스 등을 모델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했지만 서구와 일본의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른 한계점이 속출했다. 일본 저출산의 원인은 결혼하기 어려운 남성 비정규직과 결혼하지 않는 여성 정규직 등 미혼화·비혼화에 따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 정책, 부모휴가 등의 효과가 미약했다는 것이다. 또 GDP 대비 가족예산의 비중이 낮은 점 등도 저출산·고령화·인구 감소가 복합적으로 지속되는 원인으로 꼽혔다.

세계 인구 1위 대국 자리를 인도에 내준 중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1.0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을 따라잡는 모양새다. 2022년 말에는 인구가 14억1175만명으로 61년 만에 처음 인구가 감소하기도 했다.

 

중국의 초등학생들. EPA연합뉴스

이에 올해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결혼 가능 연령 축소, 학제 개편을 통한 조기 사회 진출 등의 제안이 나왔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면 아이를 더 낳고, 일찍 사회에 나가면 결혼도 일찍 하지 않겠느냐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내용이지만 그만큼 중국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해석을 낳았다.

지난달에는 중국 당국의 지원 속에 전국 50개 지역에서 같은 시간에 총 5000쌍이 단체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 단체 결혼식은 중국 민정부와 농업농촌부 등이 경제적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마련한 것으로,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중국 당국이 주선한 결혼식 중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