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 육아휴직률 2022년 6.8%… ‘인사 불이익’ 가장 우려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국내 ‘아빠 권리 보장’ 현주소

휴직기간 소득감소·주변 시선 등 영향
대체근무자 물색 인한 ‘낙인효과’도 커
전문가 “유연근무제 보편적 확대 필요”

육아휴직 수당 상한액을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리는 등 정부가 일·가정 양립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다만 ‘낙인효과’ 등 육아휴직 제도의 한계를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일·가정 양립 위해서는 유연근무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률은 2022년 기준 6.8%다. 이는 2022년에 태어난 아이 100명 중 아빠가 육아휴직을 쓴 경우가 7명이 채 안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2027년까지 자녀가 있는 남성 둘 중 한 명은 육아휴직을 써봤거나 쓰고 있도록 육아휴직률을 50%까지 대폭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은 소폭 줄었다. 2016년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은 8.7%였는데 2022년 28.9%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28.0%로 꺾였다. 고용부는 출산율 감소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늘어났지만, 중소기업일수록 쓰기 어려운 현실은 여전하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지난해 3만5336명으로 2013년(2293명)보다 15배 이상 급증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100인 사업장에서 13배, 100~300인 22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16배 늘었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383명에서 2118명으로 5.5배 느는 데 그쳤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사고과나 승진 등에서의 불이익 우려’, ‘소득 감소’ 등이 꼽힌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3월 발간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들은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인사고과,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85.1%·복수응답 가능)를 가장 많이 택했다. 이어 ‘휴직 기간 소득 감소’(80.6%), ‘회사에서 육아휴직 사용을 부정적으로 봄’(76.7%), ‘육아는 여성의 몫이어서’(66.0%), ‘사직 권고 및 구조조정 우선순위에 포함될 수 있어서’(58.3%) 등으로 집계됐다. 조사는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1720명(비조합원 853명 포함)을 대상으로 1∼2월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육아휴직 수당 상한액을 높여 소득 감소 우려를 덜고자 한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수당 상한액이 올라 휴직 후 첫 3개월은 월 최대 250만원, 이후 3개월은 월 200만원, 나머지는 월 160만원을 받는다. 초반 지급액이 높은 이유는 ‘짧게라도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라’는 취지다. 육아휴직 기간은 재년 2월 중순 신청자부터 부모가 모두 3개월 이상 쓸 때 부부 합산 최대 2년이 아닌 합산 3년으로 늘어난다. 이 역시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육아휴직을 쓸 때 기업 입장에선 대체근무자를 구해야 하고, 근로자는 이로 인한 낙인효과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유자녀 일부만 쓸 수 있는 육아휴직 대신 유연근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이유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너도 쓸 수 있고, 나도 쓸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가 보편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전일제 일자리에서도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도입해 근로시간 형태의 다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