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식품제조회사 하인즈가 영국 런던 일대 지하철역에 파스타 소스 광고를 걸었다가거센 인종 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하인즈는 최근 런던 지하철 ‘튜브’의 복스홀과 매너하우스 역 안에 파스타 소스 광고 이미지를 걸었다.
문제의 광고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흑인 신부가 백인 신랑과 가족들 옆에서 파스타를 먹는 모습이 담겼다.
하인즈 측은 신부가 웨딩드레스에 소스가 묻는 걸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새 파스타 소스의 맛이 훌륭하다는 것을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파스타 소스 대신 가족 구성원 면면에 쏠렸다.
광고 속 신부의 오른쪽에는 신랑측 부모로 보이는 백인 남녀가 앉아있고, 신부의 왼편에는 신부의 어머니로 보이는 흑인 여성이 앉아 있다. 신부의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은 것.
이 광고는 인종차별에 민감한 이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말았다. 흑인 작가이자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넬스 애비는 X(옛 트위터)에 광고 사진을 공유하며 “딸을 가진 내 형제들을 위해”라고 입을 열었다.
애비는 “믿기지 않겠지만, 흑인 소녀들에게도 아빠가 있다”며 해당 광고와 하인즈를 비난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흑인 아빠를 삭제한 것은 공정하지 않다“, “(하인즈 같은) 주류 브랜드에서 흑인 아버지를 완전히 지워버린 건 충격적이다. (이런 광고가) 어떻게 승인된 거냐”고 성토했다.
영미권에선 수십년 전부터 흑인 어린이들은 편모 가정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는 부정적 선입견이 존재해 왔는데 하인즈의 광고가 이에 대한 흑인들의 반감을 자극한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설명했다.
파장이 커지자 하인즈는 언론사들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 광고가 의도치 않게 부정적 선입견을 강화하게 된 것에 깊은 사과의 뜻을 표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계속 듣고 배우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