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당선 땐 ‘車·방산’ 청신호… 트럼프가 되면 ‘배터리 리스크’ [뉴스 투데이]

美대선 결과 따라 국내 산업 희비

산업硏, 시나리오별 영향 보고서
해리스, 자동차 관세 현 수준 유지
동맹국 간 안보·방산 협력 등 공약
트럼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
보호무역 심화 따라 철강 등 우려
반도체는 美 주도 질서 유지 전망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 자동차·배터리·방위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동차·철강 업계의 관세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7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가 확정된 현재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화학, 바이오, 의약품, 방위, 기계 등 한국 8대 주력 산업의 시나리오별 영향과 대응 방안을 분석했다.

 

◆해리스 집권 시 車·배터리 반전 기대

 

산업연구원은 해리스 집권 시 현재의 조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계승해 전기차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내연기관차 비중이 감소하면서 전기차 중심의 미국 내 투자 및 생산이 확대될 거라 전망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구매 및 제조 보조금을 유지한다고 밝힘에 따라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의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해리스 당선 시 국내 기업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호조 및 캐즘(Chasm, 수요의 일시적 정체)을 겪고 있는 배터리 산업의 시장 분위기 반전도 기대된다고 보고서는 기대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경우엔 한국 산업에 득이 될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배터리 산업이다. 그가 당선되면 캐즘 탓에 난관에 부닥친 한국의 배터리 산업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는 평가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달리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는 수단인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를 최소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CAFE는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보급을 늘리지 않을 경우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때마다 과징금을 매기는 조치다.

 

이밖에 보고서는 트럼프 집권 시 전기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중은 커지면서 일본 자동차 기업에 유리한 판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은 현재 미국 내연차 및 하이브리드차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나라다.

 

다만 트럼프의 공언대로 IRA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와 구매 보조금 제도가 실제 폐지될지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 결과까지 봐야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번 의회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전부 또는 일부 다수당을 차지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해도 관련 법 개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 제조기업이 몰려 있는 ‘러스트 벨트’와 ‘배터리 벨트’ 주요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극단적인 그린 뉴딜 폐기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주도 ‘국제 반도체 질서’ 유지

 

미국 대선이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단 해리스 집권 시 미국 주도의 국제 반도체 공급망 재편 추세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상했다. 또한 반도체 관련 대(對)중국 수출통제는 현행 수준인 초미세 공정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영역에만 국한하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핵심 첨단 반도체 수요 기업에 대한 제재 수준이 약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과 함께 제기됐다.

 

트럼프 당선 시에는 미국 주도 국제 반도체 분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통제는 더욱 심해지고 범위도 지식재산, 인력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지원법이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 입안된 만큼, 삼성전자의 대미 시설투자 대상 보조금 지원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두 후보가 모두 반도체 제조 기반 자국 중심 내재화와 첨단제품 주도권을 위한 ‘반도체지원법Ⅱ’를 추진하면서 미국 중심의 반도체 질서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 법이 통과되면 초미세공정·AI 팹리스·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재원이 마련되면서 ‘온쇼어링’(해외 공장들을 미국에 유치하는 방식)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철강 산업 ‘흐림’… 방산 기회↑

 

철강 산업은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미국 상원의원들이 상무부 장관에 한국산 유정용 강관 제품 쿼터 축소를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등 미국에서 시장을 잠식 중인 한국산 철강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철강 부문의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산업연구원은 우려했다.

 

산업연구원은 세부 분석에서 해리스 집권 시 우방국을 중심으로 철강 교역의 블록화가 예상되며 탄소 배출량을 줄인 그린 철강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관세 및 비관세장벽에 기반한 보호무역이 심화하고, 철강 수요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철강 원료 공급망 재편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 분야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주도하에 동맹국 간 안보·방산 협력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우크라이나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원 강화로 인한 한국 방위산업의 방산 공급망 진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재배치를 거론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의 급격한 인상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방산기업 보호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한국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재도약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대선 직후에는 액션 플랜이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