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회복에 힘입어 주택 매매가 급증하면서 2분기 들어 가계 여윳돈이 1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 부동산 투자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의 자금 조달액은 3개월 만에 1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부문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13조원으로 1분기(26조2000억원)에 비해 13조2000억원 축소됐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여유자금의 증가분을 가리킨다. 예금이나 보험, 펀드, 주식 등에 걸친 자금 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먼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여유자금은 2분기 41조2000억원으로 직전 분기(77조6000억원)보다 36조4000억원 줄었다. 가계소득이 1분기 대비 감소한 가운데 주택 순취득 증가 등 실물자산 투자가 확대돼 그만큼 여윳돈이 줄었다.
반면 부동산 투자는 늘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1분기 6만4000가구에서 2분기에는 9만8000가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13만1000호에서 17만1000호로 늘어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조달은 1분기 1조4000억원에서 2분기 14조6000억원으로 치솟았다. 2분기 기준 2022년 33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주담대 등 차입금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1분기 12조4000억원 늘었던 주담대는 2분기 증가액이 16조원으로 뛰었다.
자금 운용은 1분기 79조원에서 2분기 55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여유자금 축소로 금융기관 예치금이 감소한 여파다. 같은 기간 금융기관 예치금이 58조6000억원에서 21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2조9000억원에서 13조4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김성준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2분기 순자금 운용 규모 축소에 대해 “연초에는 상여금 유입이 있지만 2분기에는 그 효과가 사그라들고, 주택 구입 수요가 늘면서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난 이유가 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순자금 조달 규모는 2분기 들어 23조7000억원으로 1분기(-1조6000억원)보다 대폭 확대됐다. 기업의 순이익이 축소되고 고정자산 투자는 늘어난 결과다. 같은 기간 자금 조달은 29조9000억원에서 43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초 차환 목적의 선발행 영향 등에 채권은 순상환됐지만, 금융기관 차입이 늘면서 조달 규모가 확대됐다. 자금 운용은 28조4000억원에서 20조원으로 줄었다. 직접투자 등이 증가했으나 금융기관 예치금, 채권 등이 감소했다.
일반정부의 2분기 순조달 규모(1조1000억원)는 역대 최대치였던 1분기(50조5000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1분기 급증한 지출이 줄어든 여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분기 정부의 총수입은 148조5000억원으로 1분기(147조5000억원)보다 소폭 늘었고, 총지출은 212조2000억원에서 159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국외 부문의 순조달 규모는 같은 기간 -26조2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축소됐다. 거주자의 해외채권 매입 축소 등으로 자금 조달이 운용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