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생 조건부 휴학 승인, 부실 교육 막을 실효적 대책 내야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8개월째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의 휴학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고 그제 밝혔다. 내년 1학기 수업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 휴학을 허용하되 그러지 않으면 유급이나 제적 처분을 하겠다는 게 골자다. 지난 6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했던 정부가 결국 의대생들의 휴학계 승인 금지 방침도 물러선 것이다. 의대 교육의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1년간 교육 공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이미 7개월 넘게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을 억지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의대생들이 정상적으로 진급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고 휴학 승인이나 집단 유급이나 내년 의대 교육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차이가 없다. 문제는 의대 교육의 질이다. 올해 의대 1학년이 대부분 휴학하거나 유급한다면 내년에는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들은 향후 6년간 함께 수업을 받게 된다. ‘7500명 의대’ 수업을 어떻게 차질없이 끌고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증원 세대’가 질 낮은 교육으로 의료체계에 큰 구멍이 되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는 교수를 충원하고 강의실을 추가로 지어 의학 교육의 질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의구심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현재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의사 배출 중단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의사의 자질을 떨어뜨리는 주먹구구식 대책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의대 교육과정 단축 방안이 의료계에 또 다른 반대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부실한 교육으로 자격 미달의 의사가 배출되는 걸 원하는 국민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의대생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학생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강요·협박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어떤 타협도 거부하며 이제는 현실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올해 정원 문제만을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가 됐다. 의료 공백으로 국민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의료계는 한시라도 빨리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