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마르코스 정상회담 … 한국·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20억弗 규모 ‘메가 인프라’ 협력

수교 75년 만에 양자관계 설정
경협 확대… 국방·안보 협력 강화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약 20억달러(약 2조6906억원) 규모의 ‘메가 인프라’ 협력을 비롯한 경제 협력 확대와 국방·안보 분야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또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수교 75년 만에 처음 공식 양자 관계를 설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수도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열린 언론발표를 통해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총 37.5㎞ 중 7.9㎞ 구간)와 PGN(파나이-귀마라스-네그로스 지역) 해상교량(13㎞) 건설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불(약 1조3467억원)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 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 지원 유상원조 정책기금이다.

 

원전 수출의 새 가능성도 열렸다. 윤 대통령은 “두 정상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9월 서명된 ‘한·필리핀 FTA(자유무역협정)’를 조속히 발효시켜, 양국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방산·해양 분야에 걸친 안보분야 협력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가기로 했다”며 “해상 초국가 범죄 대응, 정보 교환, 수색구조와 같은 해양안보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랄프 렉토 필리핀 재무부 장관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한·필리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및 PGN 해상교량 사업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북한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필리핀이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와 관련한 발언이 포함돼 중국의 반발 등 파장도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양국은 남중국해상 규칙 기반 해양 질서의 확립과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늦은 오후 두 번째 행선지인 싱가포르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