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에 빅터 앰브로스·게리 러브컨

‘유전자 조절役’ 마이크로RNA 발견

암·파킨슨병 등 차세대 치료제 주목
RNA 연구분야에서 2년 연속 수상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마이크로RNA(miRNA)를 발견하고 유전자 조절 역할을 규명한 미국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7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빅터 앰브로스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와 개리 러브컨 하버드 의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획기적인 발견 덕분에 인간 등 다중 세포 생명체에 필수적인 유전자 조절의 완전히 새로운 원칙이 드러났다”고 평가하며 “마이크로RNA는 유기체가 어떻게 발달하고 기능하는지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리 러브컨(왼쪽)과 빅터 앰브로스

인간의 유전자 정보는 DNA의 유전정보가 mRNA로 옮겨지는 과정인 전사(transcription)에 이어 mRNA 염기서열을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로 고쳐쓰는 작업인 번역(translation)을 거친다. 세포 내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중요한 분자인 마이크로RNA는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이를 통해 세포 성장, 발달, 분화 등 여러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앰브로스 교수와 러브컨 교수는 1000여개의 세포로 구성된 ‘예쁜꼬마선충’의 발달조절 과정을 규명하던 중 lin-14와 lin-4라는 유전자에 주목했다. lin-14는 성체가 되는 것을 늦췄고, lin-4는 성체가 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lin-4에서 만들어지는 22개짜리 RNA가닥이 마이크로RNA다. 수상자들은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 조절기전인 lin-4가 lin-14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내용은 1993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됐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7년 후인 2000년 사람의 lin-4에 해당하는 let-7가 발견되면서 이들의 연구가 빛을 발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장수환 교수는 “두 교수의 연구는 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힌 데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제갈동욱 교수는 “마이크로RNA는 발생, 정상 세포의 생리학적 기능, 그리고 암과의 연관된다”며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은 mRNA를 이용한 백신 연구자에 돌아갔는데, 마이크로RNA는 아직 상용화한 것은 없지만 심장 질환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응용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가 지급된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2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을 차례로 발표한다.

 

시상식은 노벨 사망 기념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