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셰프는 처음 요리를 접한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방향의 직업을 생각해본 적 없이 쭉 요리를 업으로 삼고 전념하고 있다.
김 셰프가 처음 오픈한 음식점은 스시를 코스로 제공하는 스시키노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형태의 스시를 코스로 접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손님들이 좀 더 대중적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점으로 운영했다. 이어 오픈한 스시시미즈는 일본 본토의 제대로 된 스시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또 스시우미는 일본 본토의 스시가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가격을 낮췄다. 오마카세로 스시를 내는 가게가 많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김 셰프가 선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스시집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카와사미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모둠 사시미다. 다른 이자카야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숙성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일반적인 이자카야에서 만나는 사시미보다 퀄리티가 높다. 종류는 제철 생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기에 따라 그 종류가 매번 달라지곤 한다. 생선마다 그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숙성 방식을 다르게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광어의 경우 척수와 피를 비롯한 이물질과 물기를 확실히 제거하고 살을 분리한 후 개체에 따라 소금으로 10분에서 20분 재워서 잡내를 사라지게 만든다. 그 후 실온이나 냉장고에서 물기를 잡는다. 그리고 숙성지에 감싼 뒤 네타 케이스에 보관한다. 참치의 경우 스페인 혹은 다른 생참치를 손질해서 사용한다. 청어나 아지 등 등푸른생선은 살을 분리한 후에 소금으로 5∼15분 숙성하고 가보스와 쌀식초로 블렌딩한 식초에서 2∼5분 담가둔 뒤 네타 케이스에 보관한다. 삼치는 살을 분리해 소금에 20∼30분 숙성한 뒤 짚불에 훈연하고 얼음물에서 식혀 네타 케이스에 보관한다. 단새우는 껍질을 벗겨 소금물에 살짝 씻은 뒤 등 쪽 내장을 제거해 물기를 잡고 숙성지에 감싸서 보관한다. 이렇게 미리 숙성한 재료들을 주문이 들어오면 손질해서 손님에게 제공한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다진 고기를 사용해서 만드는 커틀릿 멘치가스다. 김 셰프는 직접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갈아서 조합해 사용한다. 양념한 패티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서 특별한 기교 없이 마요네즈, 케첩, 양배추를 함께 버무려서 제공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양념하거나 튀김을 할 때 조리법에 변화를 주는 곳도 많지만 김 셰프는 정공법을 고수한다. 본질에 충실할 것, 성실할 것,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볼 것,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방의 모든 부분을 지휘하는 김 셰프의 철학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처음 일본에 연수 갔을 때 일본어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착한 지 4일 만에 일을 시작한 것처럼 부딪치고 직접 몸으로 경험하면서 쌓아나가는 하루하루가 나의 음식을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