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목 앞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나비 모양의 갑상선. 이 갑상선 부위에 암이 생기면 다른 암에 비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일쑤다.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고 예후가 좋은 데다, 사망률도 다른 암에 비해 높지 않아 ‘착한 암’으로 불려서다. 특히 한국에서는 10여 년 전 갑상선암 과잉진단·과잉치료 논란이 커지면서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절제술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는데,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김경진 교수팀은 과잉진단 논란 이후의 갑상선암 사망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논란 이후 발병 환자는 크게 줄었지만, 이후 사망률은 다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총 43만4228명의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갑상선암 관련 사망률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갑상선암 발생률은 증가했지만, 2012년 10만명당 91.9명에서 과잉진단 이슈 이후인 2015년 50.6명으로 급감한 뒤 2018년까지는 안정세를 보였다.
문제는 같은 기간 사망률 변화다. 갑상선암 사망률은 2005년 1000명당 1.94명에서 2013년 0.76명으로 감소했으나, 2018년에는 2.70명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갑상선 절제술을 받지 않았거나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은 2013년 이후 증가했으며, 반절제술이나 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은 전 기간동안 낮게 유지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과정을 촉진시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부수적으로 열을 발생시킨다. 특히 어린아이의 뇌와 뼈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목 주변에 결절이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보통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이런 결절을 가지고 있다. 이 결절은 5% 정도의 확률로 악성종양(암)일 수 있다.
연구팀은 “2015년 이후 갑상선암 관련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것은, 과잉진단 논란 이후 진단과 치료에 적용된 기준에 보완할 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갑상선암의 위험도를 정확히 판단하여 고위험 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져야함과 동시에, 저위험 환자에서는 과잉치료를 줄이고 정확한 추적관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