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해녀들’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만든 제주 해녀 이야기다. 미국 제작사와 미국 자본이 참여했다. 11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세계와 만난다. 이방인의 눈으로 봤음에도 이 작품에는 불편한 이질감이 없다. 작품 속 ‘할망 해녀’들은 ‘일하는 한국 어머니 세대’의 건강한 에너지를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해녀들’의 수 김(한국명 김수경)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촬영하며) 직접 만나본 해녀는 ‘걸크러시’ 집단이랄까, 강인하고 존재감 넘치면서 자신의 모습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그는 “시끌벅적하고 뻔뻔하면서도 잠수복을 입고 있는 모든 순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해녀”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해녀를 마냥 신기해하거나 신산한 삶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생계를 책임진 여성, 물질에 자부심을 갖고 신명 나게 일하는 공동체, 70·80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바다를 지키는 독립적 인간으로 해석한다. 김 감독이 경험한 해녀의 진면목이 그랬다. 그는 8살 때 가족과 제주를 여행했다. 당시 “엉뚱하고 용감무쌍한, 동시에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며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나가는 해녀들”이 크게 와 닿았다.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든 직접적 계기에 대해 “10년 전쯤 해녀 커뮤니티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물질을 끝내고 나온 84살 해녀분이 계셨다”며 “제가 젊은 해녀들이 안 보인다고 물어보자 ‘우리가 마지막 세대인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누군가 늦기 전에 이 얘기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설립한 프로덕션인 엑스트라커리큘러가 함께하면서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후 제작사 A24, 애플TV플러스의 합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지막 해녀들’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규탄 시위, 젊은 해녀와의 연대도 다룬다. 김 감독은 “해녀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환경오염이 해양생물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 얘기하더라”라며 “촬영 기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일어났고, 해녀들이 해양생태계 위기에 목소리를 내는 걸 보고 영화에 담게 됐다”고 했다.
해녀들은 해산물을 따기 위해 물속에서 길게는 2분까지 숨을 참는다. 수심 5m부터 생기는 수압은 거대한 유리처럼 몸을 내리누른다. 하루에 100∼300번씩 잠수할 때마다 이 ‘유리’를 힘껏 깨고 올라와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과거에는 해녀를 천하게 봤다. “남편이 동네 유지급이 되면 여자가 안 벌어도 사는데 남 부끄럽게 굳이 물질을 해야 돼냐”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할머니들은 “해녀 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강주화 해녀는 “이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도 돼서 너무 반갑다”고 했다. 박인숙 해녀는 “제주 바다에만 오면 기분이 좋다. 신이 난다”며 “다시 태어나도 물질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