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야외무대에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시야 가득히 넷플릭스 대형광고판이 들어온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세력 확장을 실감하는 자리였다. 부산이 ‘OTT 잔치’가 된 사이 영화계의 시름은 깊었다. 영화제 기간 한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대기업 극장사의 불공정한 시장 잠식, 객단가로 대표되는 수익 배분 문제, 제 역할을 못 하는 정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부산영상산업센터에서 지난 3일 열린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 토론회’에서 한 전업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3사의 ‘수수료 덤핑’ 등 불공정 게임으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극장이 이제는 수입·배급도 직접 한다”며 “메가박스는 애니메이션 ‘룩백’을 직접 수입했고 CGV는 재페니메이션(일본 만화영화) 수급을 전문으로 하는 파트를 신설했다”고 전했다. 그는 “극장이 배급하면 일정 좌석수를 약속할 수 있어 유리한데 심지어 통상 10%인 배급 수수료를 3%, 5%로 해주겠다고 한다”며 “극장은 개봉 수익의 절반을 갖고 팝콘 수익도 나니 수수료를 ‘덤핑’해도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공정한 객단가가 책정되면 영화 관람료가 평일 1만원, 주말 1만1000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영화 ‘핸썸가이즈’ ‘설계자’는 (투자·제작·배급이 가져간) 객단가가 4100원이 안 된다”며 “반면 ‘핸썸가이즈’를 베트남에서 개봉했더니 평균 티켓가격이 5000원이 안 되는 곳인데도 객단가는 약 2200원이더라. 우리 산업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한국영화 객단가는 9595원에 불과하다. 티켓가격 1만50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위원은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마일리지(포인트) 할인을 전체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티켓가격 인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독립영화 개봉관 확대도 논의됐다. 이동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상생 차원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를 극장과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영화 한 편당 스크린이 최소 100개가 돼야 (제작사가) 다음 영화를 만들 가장 기본적인 자본이 모인다”며 “제작비 10억∼15억원 영화여도 스크린 100개는 보장돼야 살아남는데, 어떻게 이를 확보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영화 예산 12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도 비판받았다. 한 지역영화계 관계자는 “지역영화네트워크 활성화 8억원, 지역 독립영화 제작지원 4억원은 지역 영화인의 버팀목이었다”며 “대부분 20대가 지원받았는데 이 예산이 사라지면서 젊은 영화인이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영화발전기금의 절반은 지역에서 나오니 지역영화 관객은 일종의 준조세를 내는데 혜택은 전혀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