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은 어제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이라는 잠정실적을 내놨다.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2.84% 줄었다. 증권가 전망치보다도 15%가량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이 미뤄진 탓이 크다. 급기야 수뇌부인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이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의 위기는 예고된 일이다. 반도체 사업부인 삼성 DS 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후 지난 1분기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영업이익 2조88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로 최근 급부상한 HBM 주도권은 SK하이닉스에 뺏겼다. 지난 5월 반도체 사업 수장을 전 부회장으로 교체하고,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최근 다른 전자 계열사로 확대했지만 허사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점유율에서도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 주가하락과 실적 부진을 놓고 가전·모바일 사업부를 이끄는 DX 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공개 사과에서 빠졌다. 이번 위기가 반도체 부문에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전 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근원적 경쟁력 복원과 조직문화, 일하는 방법 혁신을 강조했다. 말에 그쳐선 안 될 일이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SK를 포함한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던 인텔이 변화를 거부한 결과 매물로 나온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경기 사이클에 따른 막연한 낙관론은 금물이다. 철저한 자성과 성찰을 토대로 경직된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의 파업은 내부 조직 균열의 단면이다. 아울러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일갈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필적할 혁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