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 무역 강국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위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도국·신흥국)가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인 중요성을 키워가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도 거대한 인구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사우스는 외면해선 안 될 주요 시장이다. 특히 한국은 최근 위험수위에 오른 인구 감소 추세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블루오션으로 글로벌 사우스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공동으로 우리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이 함께 진출·개척할 가능성이 큰 글로벌 사우스 주요국과 주요 수출 품목을 소개하는 ‘K블루오션’ 시리즈를 연중 보도한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 유일하게 인력난에 시달리는 나라다. 지난 6월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이 전한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싱가포르 인구는 600만여명이다. 1965년 건국 이래 전체 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선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항시 노동력이 부족에 시달렸고,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이에 산업 현장에서의 스마트 공장부터 쇼핑몰까지 전 분야에 걸쳐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로봇의 인력 대체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만큼 시장성도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분석업체 스태티스타는 올해 1억7980억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로봇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41%를 기록하며 2028년엔 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로봇 산업 활성화 촉진뿐 아니라 자동화 솔루션 개발에 특화된 외국 기업에 문호를 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글로벌 혁신센터’를 짓고 스마트 공장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제조 공정,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생산라인은 컨베이어벨트 대신 가로 5m, 세로 3m의 소규모 작업장 ‘셀’을 사용하는데, 각 셀에는 작업자 한 명이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한 대로만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K스타트업’으론 서빙전문로봇을 개발하는 베어로보틱스가 꼽힌다. 2022년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하고 자사 자율주행 서빙로봇 ‘서비’를 공급하고 있다.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은 서비를 중국, 일본 업체 로봇과 함께 싱가포르 음식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 로봇 중 하나로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로봇 관련 K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제도적 환경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싱가포르는 스타트업에 대해 최초 발생 법인 소득 7만3000싱가포르달러(약 6900만원)의 75%를 공제하고, 지식재산권(IP) 등록 비용은 100∼200%까지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