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석수 앞세워 동행명령 강행… 상임위 곳곳서 파열음 [2024 국정감사]

둘째 날도 정책은 실종

野, 불출석 사유에도 증인 불러내기 반복
與 “정쟁 몰이” “권한 남용” 강력 반발
정승윤 “야당 의원도 고소” 발언 불씨
野 “국회를 겁박하고 위협하나” 설전
정무위 국감은 시작 30여분 만에 파행
“김영철 검사가 불출석 사유서를 냈는데, 사생활 침해 목적 조사는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오빠 검사’ 인정하는 건가. 사생활 보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검찰권 남용을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민주당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탄핵 소추 대상이 되고 (국정감사장에) 안 나오니 동행명령을 한다면 앞으로 수사 검사가 어떤 생각을 하겠나. 탄핵 청문회도 했으니 사유가 충분하다면 자신 있게 탄핵을 하라.”(국민의힘 박준태 의원)

 

고성 난타전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의 ‘야당 의원 고발’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오른쪽 첫 번째)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 첫 번째)을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왼쪽 두 번째)이 제지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도 여야는 곳곳 상임위에서 파열음을 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에 관한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국감장에 나오지 않자 수적 우위를 앞세워 동행명령을 의결했고, 여당은 “정쟁 몰이” “권한 남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무위 국감은 “야당 의원들도 고소·고발할 것”이라는 정승윤 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의 최근 발언이 불씨가 돼 시작 30여분 만에 파행했다.

 

◆김영철 검사·설민신 교수 동행명령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의 불출석 문제로 여야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김 차장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와 뒷거래를 한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장씨가 김 차장에게) 오빠라고 부른 문자가 어떻게 가십거리냐”며 “얼마나 많은 위증교사가 있었고 조작됐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미 탄핵 청문회에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관련 의혹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수사 중이다”라며 “(국감을 하더라도) 사생활이나 수사·재판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따로 논평을 내고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대한 보복이자, 소환에 불응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회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8일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의 국정감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원이 질의하며 게시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위원회는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 관련 인물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설 교수가 지난해엔 하루 만에 셀프 결제해 해외 출장을 가더니 뚜렷한 이유 없이 2년째 국감을 피하고 있다”며 “(올해는 건강 문제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대학 측에 확인해 보니 올해 1학기 4과목, 2학기 4과목 수업도 잘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조정훈 간사가 “전문의가 증언할 수 없을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증명했는데, 건강권을 훼손하면서 증인으로 데려올 권리가 있나”라고 반문했지만, 김영호 위원장은 “작년에도 불출석한 전력이 있는데, 이번에도 조처하지 않는다면 진단서만 있으면 모든 증인이 출석을 안 할 수 있는 선례가 생긴다”며 의결을 강행했다.

 

◆“야당도 고소”·이재명 헬기 이송 설전

 

세종시 권익위 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정승윤 부위원장의 ‘야당 고소’ 발언을 물고 늘어진 끝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지난달 열린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 내용을 언급하며 “(정 부위원장이) ‘저를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다. 제가 사직 수리되는 날 다 하겠다’고 말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정 부위원장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9월9일 열린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록에는 정 부위원장이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이재명 대표 헬기 사건으로 매우 힘들어했다”며 고인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 게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이 아니라 이 대표 헬기 이송 사건과 연관된 것이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위원장은 여기서 “일부 언론에서 (고인이) 명품가방 사건으로 인해 힘들다고 조작 보도했다. 반드시 나중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나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도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정 부위원장이 국회를 겁박하고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는 걸 공식 인정했다”며 “법적으로 어찌 처리할지를 여야 간사 간에 협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헬기 이송 사건 당시 이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천준호 의원 등이 항의를 이어가자 윤 위원장은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천 의원이 고성을 쏟아내자 윤 위원장은 “그런 얘기하면 이해충돌자다. 헬기 특혜 이해충돌자 아니냐”고 지적했고, 천 의원은 “사과하라”고 맞섰다.

 

헬기 이송 논란은 복지위원회에서도 공방 소재가 됐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처사였고 국민적 공분을 샀던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사안”이라며 관련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이후에 유사 정치 테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적극적인 대응을 못 하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이는 2차 가해이자 테러 조장 행위”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