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이 금요일?' 코웃음 치는 어른들… 실제론 문해력 점수 더 낮다 [뉴스+]

55세 이상 문해력, 세계 평균보다 낮아
청소년은 OECD 공동 4위로 최상위권
세대별 사용 어휘 달라… "이해력과 무관"

578돌 한글날을 맞아 젊은 층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특정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문해력 관련 조사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달랐다. 한국 청소년들의 문해력 수준이 최상위권으로 OECD 평균을 훌쩍 웃돌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특정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문해력 때문이라기보단 세대마다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지면서 나타난 셈이다. 오히려 관련 조사에선 전혀 다른 연령대가 문해력이 낮은 것으로 지목됐다.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 에서 어린이들이 세종대왕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7일 한글날(9일)을 앞두고 전국 5848명의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는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사례를 묻는 문항에 교원들이 예를 들어 답했다.

 

예시로는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한다’ 등이 있었다. 또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었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착각한다’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가 90%다’라는 응답도 있었다.

 

일각의 우려대로 한국 청소년의 문해력은 위기 수준인 걸까? OECD 국가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2022년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평균 문해력 점수는 515점으로 전체 국가 중 대만과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싱가포르(543점), 2위 아일랜드(516점), 일본(516점)에 이은 성적이었다. 또 OECD 평균 점수인 476점을 크게 웃돌았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과 2022년 결과를 비교했을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문해력 점수는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한국 청소년들의 점수는 오히려 소폭 상승하며 선방하는 모습도 보였다. 2022년 OECD 평균 문해력 점수는 2018년보다 13점 감소했지만, 한국의 경우 오히려 1.4점 증가했다.

 

반면 노년층의 경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55세 이상 연령대는 평균 문해력 점수가 232점으로 세계 평균인 248점보다 낮았다. 이는 한국 노년층의 교육 기회가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적었고, 정보 접근성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라 어휘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언어 이해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언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어휘력의 기준을 한자어에 둘 것이냐, 신조어에 둘 것이냐에 따라 어휘력은 달리 평가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한편 한국어 단어의 70% 정도가 한자어기 때문에 한자를 알아야 우리말의 뜻을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2016년 한자를 조합해 낱말의 의미를 알 수 있는 한자어는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단체는 초등학교 3∼6학년 사회·과학·도덕 교과서에 쓰인 한자어 1만1023개를 단어와 한자 어원의 상관성에 따라 4가지 무리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단어 의미와 한자의 훈(訓·풀이) 사이의 상관성이 높은 단어는 32%인 3467개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