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남북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방북이 이뤄지는 행사를 계기로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물품 반·출입이 대거 이뤄질 수 있는데, 정부는 이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은 8일 통일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한 특사단 등이 북한 미술품을 구매해 반입했고, 이는 유엔 제재 위반임에도 당국은 규정상의 이유로 단속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18년에 (남북) 정상회담과 특사단 방북이 있었는데, 그때 (북으로) 올라갔던 인사가 미술품을 가져와 고발을 당했다”며 “(그런데) 통일부에서 그것은 미술품이 아닌 기념품으로 가져온 휴대품이라며 (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없는 포괄 승인 대상이라고 해서 기소유예로 끝난 사건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이어 “미술품은 이적성(利敵性, 적을 이롭게 하는 성질) 여부 때문에 반드시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품목”이라며 “(미술품을) 샀을 때 대가로 현금을 주는, 벌크캐시 문제도 있다. 또 (북한의 미술 제작소인) 만수대창작사는 제재 대상”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실제로) 권력기관에 있는 분이 벽면 가득히 찰 만한 그림을 가지고 와서,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엄청난 거금을 건네주고 그걸 반입해서 사무실에 걸고 있었다”며 “통일부에서 그것을 기념품이라고 말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것은 분명히 (통일부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고, 엄청난 거금이 가려면 한국은행 총재에 신고하고 승인받아야 한다”며 “통일부는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고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남북 간 물품 반·출입 시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나, 남북회담이나 행사 시에는 별도의 내부 결재나 반·출입신청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미술품과 같은 대북제재 대상 물품도 무차별적으로 반입돼 결과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또 그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얼마나 제공했는지 확인할 의무가 당국에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김 의원은 꼬집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남북회담과 행사 시에 반·출입 관련해서 사각지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말씀하신 과거 사례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