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단식 사흘째 ‘당 대 당’ 갈등 증폭…대표 방문·집단 삭발 vs 민생 우선 챙겨라 여론전

최민호 세종시장이 국제정원도시박람회 등 자신의 역점사업 예산 부활을 촉구하며 사흘째 단식농성 중인 가운데 의회와 집행부 간 대치가 ‘당 대 당’ 갈등으로 격화하고 있다. 

 

최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에서는 당대표 등 당 중역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고, 시의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는 등 이슈몰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원도시박람회와 세종빛축제 예산 전액 삭감을 당론으로 정하는 한편 최 시장 단식농성에 맞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생을 우선 챙기라”며 ‘여론전’에 본격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후 세종시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민호 세종시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오후 세종시청을 찾아 “정부와 시가 추진하고 시민이 원하는 사업을 시의회가 갑자기 (예산을) 전액 삭감해 좌초시키고 있다”며 “세종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이어 “정쟁을 해야 할 분야가 있고, 그러지 않을 분야가 있는데, 이 문제는 한 가지 질문만 하면 된다. 세종 시민이 이 사업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다”라고 되물었다.

 

한 대표는 “정원도시박람회는 이미 국비 77억원 확보했는데, 보통 이런 경우 지방 정부, 지방의회 모두 쌍수 들고 환영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정상인데도 정치적 이해 앞에 사업은 가로막혔다”고 비판했다. 

 

앞서 오전에 방문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당리당략 때문에 시민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가 노정되면 정치권에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세종시에 대한 최 시장의 애정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니 지역 정치권에서도 이 부분을 잘 활용해 협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과 육동일 세종시지방시대위원장 등도 단식 현장을 찾는 등 지지 방문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세종시의원 7명 전원은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국민의힘 소속 세종시의원들이 8일 오후 세종시청 앞에서 최민호 세종시장 단식농성 동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사태를 정쟁으로 모는 건 최 시장이라며 역공하고 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릴레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첫 주자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현미 의원은 “시장의 단식으로 시 주요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라며 “정기국회와 정부 예산안 처리 등 중앙 정치권의 중요한 일정이 이어지는 시점이지만 세종시는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삭감과 시장의 단식 투쟁 이슈에 가려져 주요 현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세종시당은 전날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삭감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세종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8일 오후 최민호 시장의 단식농성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임채성 시의회 의장은 최 시장을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임 의장은 “시정 현안이 많으니 단식을 중단하고 내일 세종축제 개막식에 저와 함께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 드리자”고 말했다. 최 시장은 “시장의 공약 사업에 대해 협조해 준다면 오늘이라도 단식을 접겠다”고 답변했다.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내어 “시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시의회가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예산 집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며 “시장은 이러한 결정에 협력하고 시민을 위한 진정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