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재판’ 위자료 20억원 의미 [알아야 보이는 법(法)]

이혼 시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 일방은 상대방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로하고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843조, 제806조).

 

실무상 가사 판결 대부분 유책배우자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30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인정금액은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금액의 50∼70%로 책정되곤 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유책배우자와 그에 가담한 상간자에게 받아낸 위자료의 최고 금액은 5000만원입니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는 형사처벌의 상징성이라도 있으니 위자료 액수가 낮더라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간통죄가 폐지되고 화폐 가치도 급락한 요즘 가사사건에서 인정되는 위자료를 보고 있자면 당사자의 고통을 위자(慰藉)하기는커녕 오히려 억울함만 키워 화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기의 이혼 판결’이라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의 이혼 항소심 재판부가 역대 최고의 재산 분할액에 이어 2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위자료를 인정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재벌가의 소송이란 점에서 향후 보통의 가사사건에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실제로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위자료 기준 금액이 1억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혼인의 신성함을 깨트리고 상대방 배우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가한 유책배우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성격에서 위자료를 명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입니다.

 

위자료는 법원의 재량으로 정해지는데, 1심 대비 20배 많은 금액을 인정한 것은 재산과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 법원이 위자료를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Tip

 

‧ 배우자와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상간자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청구한다면 이는 ’민사사건’이므로 가정법원이 아닌 일반 민사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때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한 경우보다 위자료 수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