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관이 8일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 2차 변론 준비 기일에서 후임 재판관 임명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향후 재판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국회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사건 변론 준비를 맡은 문 재판관은 “재판관 3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6명이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변론을 열 수 없다”면서 청구인인 국회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국회 측 대리인 임윤태 변호사는 “특별히 없다”고 답했다. 이에 문 재판관이 “입장이 없으니 대응 방안도 없겠다”고 하자, 임 변호사는 “그건 국회에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재판관은 이 위원장 측을 향해서도 “국회는 탄핵 소추를 했고 헌법에 따라 탄핵 심판이 열렸는데 국회가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았고, 국회가 만든 법률에 따르면 변론을 열 수 없다”면서 “피청구인(이 위원장)의 대응 방안은 무엇이냐. 억울하다고 할 게 아니라 법적인 억울함에 대한 대응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재판관은 이어 “한번 검토해 보라”며 “헌법은 법률의 상위”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날 이 위원장 탄핵 심판 사건의 변론 준비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12일 정식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그 전에 재판관 공백 사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변론을 열 수 없다. 문 재판관이 이 같은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국회에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의 동시 퇴임이 17일 예정돼 있어, 국회가 후임 재판관 인선에 나서지 않으면 ‘식물 헌재’ 사태가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탄핵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 헌법재판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 되기 때문이다. 퇴임하는 재판관들은 2018년 10월18일 국회 선출로 임명됐다.
문제는 재판관 6명으로는 헌재가 사건 심리를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의 심판 정족수는 7명이다. 재판관 9명 전원으로 구성되는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현재 여야가 서로 재판관 2명을 선출하겠다고 주장하며 힘겨루기를 이어 가면서 국회에서 후임 인선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이 재판관은 바른미래당, 김 재판관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