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에 갔다가 보스턴 시내의 찰스타운 해군 부두에 정박해 있는 미국 군함 USS 컨스티튜션(Constitution)호를 방문했다. 1794년 미국 해군이 최초로 건조한 6척의 군함 중 하나로 현재도 운항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군함이다. 이 군함을 보러 간 이유는 필자가 거북선 설계도로 확인한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龜船圖說)이 편찬된 1795년 무렵 만들어진 군함이기 때문이다. 1795년의 군함은 어떤 모습일까?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함포는 어떻게 배치하였을까? 등 궁금한 게 많았다. 물론 USS 컨스티튜션호가 1797년 건조되었긴 했어도 그 후 여러 번 수리되어 건조될 때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1794년도 배의 구조가 가장 많이 살아있는 군함이니 가서 보면 건조 당시 우리의 전선이나 거북선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정조는 1795년 이순신 장군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모아 ‘이충무공전서’를 출간한다. 왕이 하사한 돈으로 출간한 귀하고 중요한 책, 이충무공전서의 권수(卷首)에는 도설(圖說), 즉 그림 9장과 이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림 1부터 7까지는 통제영에서 소장하고 있던 팔사품(八賜品)의 그림과 설명이다. 팔사품은 중국에서 이순신 장군의 순국을 기리기 위해 보낸 것인데, 도독인(도장), 호두령패, 귀도와 참도(칼), 독전기, 홍소령기, 남소령기, 곡나팔 등이다. 그림 7은 통제영 거북선의 그림이고 3장에 걸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림 8은 전라좌수영 거북선 그림과 간단한 설명 그리고 마지막 그림은 수군 무기인 장병겸과 사조구이다. 정조가 왕명으로 이충무공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 책을 만들 때 당연히 통제영과 전라좌수영에 연락하여 거북선, 그리고 이순신 장군과 관련 자료를 찾아서 보내라고 했을 것이다. 당시 3도 통제사는 신대현(申大顯)이었는데 통제영에 있던 거북선과 명나라에서 보낸 이순신 장군의 팔사품을 정밀하게 그린 그림과 자세한 설명을 보낸 것 같다. 전라좌수영에서는 거북선 그림과 이순신 장군이 개발하여 사용한 무기를 그려 보냈다. 신대현은 1809년 왕에게 ‘전국에서 거북선이 엉터리로 건조되고 있는데,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을 바탕으로 건조하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상소’한 점으로 보아 통제영에서 보낸 귀선도설이 당시에 거북선 건조할 때 사용하던 설계자료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귀선도설을 통해서 정조 시대의 통제영 거북선과 전선의 내부구조를 상상하기 위해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건조된 USS 컨스티튜션호를 보러 간 것이다.
미국의 컨스티튜션호는 길이 62m, 폭 13.2m, 배수량 2200t, 돛 3개, 4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승조원은 450명, 함포는 24파운드포(무게 2.6t) 32문, 32파운드 카로네이드 포(무게 800kg) 20문 등 도합 52문의 함포를 2개 층에 나누어 배치하였다. 무게가 가벼운 32파운드 카로네이드 포 20문을 상갑판에 설치하였고, 무게가 2.6t으로 무거운 24파운드 포 32문을 아랫갑판 좌우에 설치하였다. 이러한 함포 배치 방법은 전선의 무게 중심을 낮추어 안정성을 높여주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컨스티튜션호처럼 2개 층에 함포를 배치하였던 우리의 거북선이나 전선도 이러한 방법을 채택하였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인 1740년 무렵 우리의 큰 전선이 장착한 함포 수가 65문, 승무원 수가 668명이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우리의 전선도 작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컨스티튜션호는 1812년 벌어진 전쟁에서 영국 군함 5척을 격파해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군함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몇 번이나 낡아서 폐기처분 될 위기에 처했는데, 국민과 언론이 폐기를 반대하고 오히려 성금을 모아 수리하게 하였다. 수리가 끝난 후에는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1931년 7월부터 1934년 5월까지 전국의 90개 항구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2016년, 미국 해군연구소는 우리의 거북선과 함께 컨스티튜션호를 세계 7대 군함으로 선정하였다. 여하튼 미국의 군함 컨스티튜션호와 우리의 돌격선, 거북선은 서로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방문객들은 컨스티튜션호에 탑승하여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데 곳곳에서 해군 병사들이 직접 설명해주는 장면도 보였고, 부두가 옆의 박물관에는 컨스티튜션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와 함께 청소년들이 체험하며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이 준비되어 있어서 우리의 거북선 전시와는 많은 점에서 비교되었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