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보험 안되는 이유는 [경제 레이더]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이달 중순 국내 출시되는 가운데 소비자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판가가 한 달 투약 기준 80만원대로, 실손의료보험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제약업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의 국내 병·의원 및 약국 공급 가격은 37만2025원(한 달 투약 기준)으로 책정됐다. 유통 마진과 진료비 등을 포함하면 환자가 실제 부담해야 할 비용은 8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앞서 국내에서 유통 중인 비만치료제 ‘삭센다’도 출하가와 별개로 소비자판매가는 월 30만~50만원에 달한다.



위고비는 펜처럼 생긴 주사제 방식으로 주 1회 투약하며,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체중을 평균 14.9%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마다 투약해야 하는 삭센다에 비해 투약이 편리하고 감량 효과도 더 커 해외에선 공급난을 겪을 정도로 수요가 높다. 국내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높은 가격대가 걸림돌이다.

위고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돼 있지 않아 공적 보험인 국민건강보험뿐 아니라 사적 보험인 실손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비만 자체가 실손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분류된다”며 “다만 4세대 실손보험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등 동반 질병이 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로 분류된 경우에 한해 보상한다”고 설명했다.

즉 3세대 실손보험까지는 비만이 아예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 반면 4세대(2021년 7월 이후 가입)에서는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된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으면 자기부담금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웃 일본은 지난해부터 위고비를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했다.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급여 체계를 마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다이어트 등 미용 목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비만치료제 급여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