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매 경기가 벼랑 끝에 가야 잘한다.”
KT와 LG의 2024시즌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4차전이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다시 한 번 기적을 꿈꿨다. 정규리그 5위로 4위 두산과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서 2승 0패로 역대 최초 ‘5위 팀의 업셋’ 신화를 쓴 KT는 이날 LG에 패할 경우 탈락이었다. KT는 준PO 1차전 승리 뒤 내리 2연패해 체력 소모를 피할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오늘 이기면 정말 ‘끝까지 가야 잘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시 한 번 드라마를 바랐다.
이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0% 깨기’에 두 번째로 도전하는 KT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KT가 심우준의 연장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LG를 6-5로 꺾고 준PO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나란히 2승씩 주고받은 두 팀은 11일 LG 홈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티켓을 향한 마지막 단두대 매치를 펼친다. 앞서 WC서 두산을 누르고 5위팀 최초로 준PO에 진출한 KT는 준PO 1승 1패 뒤 3차전을 내준 팀으로 첫 PO 진출을 벼른다. 지난 시즌까지 1승 1패에서 3차전을 이긴 팀은 6번 모두 PO 무대에 진출했다.
3차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LG가 이틀 연속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2회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서 7번 타자 ‘베테랑’ 김현수가 KT 선발 윌리암 쿠에바스의 슬라이더를 때려 솔로포를 터뜨렸다. 곧바로 박해민이 쿠에바스의 빠른 직구를 걷어 올려 ‘백 투 백(연속 타자)’ 솔로 홈런을 쳤다.
자칫 승기를 내줄 수 있는 KT는 2회말 문상철의 홈런으로 반격했다. 문상철은 1차전에 이어 4차전도 LG 왼손 선발 투수 디트릭 엔스의 ‘천적’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시리즈 두 번째 홈런을 날렸다. KT는 4회말 역전에 성공했다. 4회초 LG에게 한 점을 내줘 1-3으로 끌려가던 KT는 선두 타자 강백호가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1사 2루에서 황재균이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배정대의 안타로 이어간 1사 1, 3루에서 오윤석이 3-3 동점을 만드는 좌전 안타를 터뜨렸고 김민혁 희생타까지 나오며 KT가 역전에 성공했다. 5회엔 강백호가 김진성의 포크볼을 잡아당겨 5-3으로 벌리는 우월 솔로포를 때려 점수차를 벌렸다.
이날 시리즈를 끝내고 싶었던 LG는 8회 결국 균형추를 맞췄다. 1사 1, 3루 찬스를 얻은 LG는 KT 세 번째 투수 소형준의 투구가 뒤로 빠진 틈을 타 1점을 얻었고, 김현수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5-5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접전으로 흘러간 경기는 11회말 KT 타선이 마지막까지 불굴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갈렸다. 무사 만루 기회를 잡은 KT는 바뀐 투수 LG 정우영을 상대로 배정대가 땅볼, 대타 천성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때 심우준의 천금 같은 결승타가 나왔다. LG는 치명적인 실수가 뼈아팠다. 2사 만루서 심우준이 2루 베이스 쪽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날렸는데, LG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가 공을 잡기 위해 동시 달려오다 서로 부딪치며 3루 주자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날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는 5회초 쿠에바스에 이은 불펜 투수로 등판해 3.1이닝 2탈삼진 1실점으로 빡빡한 일정 속에 투혼을 발휘했다. 1일 SSG와 5위 결정전, 3일 두산과 WC 결정 2차전에 모두 불펜 등판했고, 5일 LG와 준PO 1차전엔 선발 마운드에 선 데 이어 이날도 공을 던졌다. 동점이던 9회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오른 KT 마무리 박영현은 3.1이닝동안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를 뽐냈다. 박영현은 개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겼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결승 타점을 뽑은 심우준은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으로 맹활약했고, 강백호도 6타수 3안타(1홈런) 2득점 1타점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두팀의 5차전은 11일 LG 홈인 잠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