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웃는 은행들...'돈잔치' 논란 속 금리 또 인상

법정퇴직금 외 추가퇴직금 1인당 평균 4억원
시장금리는 내렸는데 또 금리 인상...'이자장사' 논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간 은행들이 희망퇴직자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금액의 특별퇴직금 등을 얹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명목으로 또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이자 장사’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뉴스1.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4개 은행은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희망퇴직자들에게 총 6조5422억 원을 희망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기간 14개 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직원은 총 1만6236명으로, 한 사람으로 따지면 평균 4억 원이 넘는 희망퇴직금을 받아간 셈이다. 특히 하나은행을 제외한 13개 은행은 올해 아직 희망퇴직을 시행하지 않아 사실상 이 자료는 5년간의 통계로 볼 수 있다.

 

희망퇴직금은 은행들이 법정퇴직금 외에 추가로 지급한 돈이다. 여기에는 특별퇴직금,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이 포함됐고, 일부 은행은 건강검진비와 의료비, 상품권을 지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수익이 불어난 은행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높은 수준의 희망퇴직금을 나눠줬다는 분석이다.

 

시중 은행들은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경기침체 속 은행들이 '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4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소위 ‘빅 컷’을 단행했지만, 정작 은행들은 이런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주기형)금리는 9월 30일 기준 연 3.64~6.15%, 변동금리는 연 4.50~6.69%다.

 

국민은행은 4일부터 변동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0.20%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15~0.25%포인트 인상했다. 신용대출 금리(전체 신용등급)는 0.20%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같은 날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20%포인트, 0.45%포인트 올렸다. 농협은행은 우대 금리 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를 냈다.

 

앞서 하나은행도 이달 초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0%포인트(비대면), 0.50%포인트(대면) 인상했고, 우리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고 전세대출 금리는 0.2%포인트 높인 바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하면서 올해 실적도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은행의 경우 올해 3분기에만 4조7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가 계속 늘면서 은행권의 ‘이자 장사’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