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와인은 그해에 태양과 토양, 바람 등 자연적 요소들이 최고의 기술력과 더해져 탄생합니다. 포도 스스로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최고의 와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도운스페이스서 열린 ‘쉐이퍼 빈야드’ 브랜드 세미나에서 메튜 샤프 매니징 디렉터(상무 이사)는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와인 재배가 주목받고 있다”며 쉐이퍼 와인의 철학을 이처럼 설명했다.
이어 “쉐이퍼 농장에선 포도밭을 뛰노는 1만 마리의 양들이 잡초를 뽑아 먹고, AI 기능을 탑재한 ‘버기카’가 포도밭을 다니면서 수분이 부족한 나무를 찾아내 필요한 만큼의 물을 선택적으로 공급한다. 쉐이퍼가 가진 자연환경에서 최고의 와인이 나온다”고 말했다.
메튜는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할리우드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2005년부터 와인 소믈리에와 와인 수입사 경력을 쌓아왔다. 2016년 쉐이퍼 빈야드에 합류해 다양한 국가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우 활동과 와인 디렉터의 공통점에 대해 그는 “좋은 와인은 그 해에 해와 토양, 바람 등 자연적 요소들이 기술력과 더해져 탄생한다. 그만큼 준비성과 즉흥성 모두 필요하다”며 “이는 철저한 준비성과 유연성 모두 요구되는 배우의 일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메튜는 쉐이퍼 빈야드가 고품질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로 “자연을 지키는 공법으로 희소성 있는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을 꼽으며 “우수한 품질로 호평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포도 특성을 그대로 살려 와인을 제작하는 것이라며 “포도 과실을 보호하기 위해 밤에 주로 수확한다. 수확한 포도는 곧바로 지하실로 옮겨지고, 완제품까지 100% 디암 코르크(Diam Cork)에 의해 TCA로부터 보호된다”고 말했다. TCA(Trichloroanisole Halophenol)는 코르크를 통해 와인에 오염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쉐이퍼 빈야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즐겨 찾는 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세계그룹은 2022년 쉐이퍼 빈야드 지분 100%와 부동산을 자회사를 통해 약 3000억원에 인수해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쉐이퍼 빈야드 5종의 와인은 신세계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독접 수입하고 있다.
메튜는 “신세계L&B는 한국 최고의 고급 와인 수입 및 유통업체다. 쉐이퍼 빈야드는 신세계L&B 유통망을 통해 품질 및 생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품질과 생산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컬트와인은 희소성 있는 가치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쉐이퍼 빈야드는 한국을 비롯해 55개국으로 유통된다.
◆ “포도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게 하라” 철학으로 희소성 높은 와인 생산
쉐이퍼 빈야드는 미국 나파밸리 컬트와인의 시초로 불리는 와인 브랜드다. 1972년 시카고에서 출판업에 종사했던 ‘존 쉐이퍼(Jonh Shafer)’에 의해 설립된 이후 5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47세의 나이로 전재산을 투자해 나파 밸리 스택스 립 지역의 포도밭을 구입한 당시만 해도 와인 양조 경험이 전무했던 존 쉐이퍼는 현재 ‘나파밸리의 마이다스 손’으로 통한다.
이후 1983년엔 아들인 ‘더그 쉐이퍼’가, 그 이듬해 와인메이커 ‘엘리아스 페르난데스(Elias Fernandez)’가 합류하면서 이들이 손대는 품종마다 최고의 와인을 생산해 와인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헤드 와인메이커인 ‘엘리아스 페르난데즈’는 쉐이퍼 빈야드에서 40년째 와인을 양조하고 있다.
쉐이퍼 빈야드는 모든 포도밭 재배에 100%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고 맹금류인 매와 올빼미를 자연 방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메튜는 “매와 올빼미는 두더지 같은 설치류 동물이 포도나무 뿌리를 갉아먹는 것을 막아준다. 이들은 24시간 교대로 순찰을 돌며 포도나무가 피해를 보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쉐이퍼 빈야드 밭에 서식하는 1만 마리의 양들은 포도밭에서 자라는 잡초와 커버 크롭(지피작물)을 제거하고 이들의 분뇨는 자연 퇴비가 되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보틀 무게도 30%가량 줄여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메튜는 “예전에는 병이 무거워야 고급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었다. 최근엔 자연을 생각한 공법으로 제조하는 것이 추세”라고 말했다.
◆ 지형과 토양, 바람 영향으로 개성 강한 5종만 생산
쉐이퍼 빈야드는 미국 나파밸리 주요 지역에 약 240에이커(97만1245㎡)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스택스립 지역에서는 주로 까베르네 소비뇽을, 카네로스 지역에서는 샤르도네와 메를로를 주로 생산한다.
지형과 토양, 바람 영향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의 와인이 출시되는데, 이는 “포도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게 하라”는 와인 철학을 그대로 드러낸다.
쉐이퍼 빈야드 각 지역에서 생산된 5종의 와인은 독특한 이름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5종의 와인은 △힐사이드 셀렉트 △레드 숄더 랜치 샤르도네 △TD-9 △릴렌틀리스 △원 포인트 파이브 등으로 구성돼있다.
‘레드 숄더 랜치 샤르도네’는 쉐이퍼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경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맹금류에 영감을 받아 이름 지어졌다. 포도밭의 설치류 개체수 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붉은 어깨 매의 이름에서 착안했다.
레드 숄더 랜치 샤르도네는 75% 뉴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4개월간 숙성을 거쳐 25% 스테인레스 스킬 숙성으로 완성된다. 흰 꽃과 레몬 제스트, 정향, 부싯돌 아로마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나파밸리의 여름을 상징하는 와인으로 첫 맛엔 잘 익은 파인애플과 풍성한 살구 향이, 마지막엔 길고 아름다운 피니시를 느낄 수 있다.
‘TD-9’는 존 쉐이퍼가 처음 와이너리에서 일할 때 사용하던 트랙터에서 이름을 따왔다. 100% 뉴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0개월 숙성해 완성된 와인으로 쉐이퍼 빈야드 대표 스테디셀러다. 모카, 터러플의 매혹적인 향이 나며 정제된 타닌감과 생동감 있는 과실 향이 매력적이다.
‘릴렌틀리스’는 쉐이퍼 빈야드 와인메이커 엘리아스 페르난데스의 끈질긴 와인메이킹 철학을 기념해 만든 ‘쉬라 와인’이다. 페르난데스는 쉐이퍼에서 40년간 와인을 만들어온 인물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6번이나 100점을 받은 경력을 자랑한다.
페르난데스에 대해 메튜는 “모든 배럴의 냄새를 맡고 확인할 정도로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했다.
릴렌트리스는 블랙베리 콩포트와 스파이스, 말린 검은 과실, 홍차, 담배, 흙의 아로마가 잔을 채워 풍미가 짙은 와인이다. 특히 2018년 빈티지는 20년 이상 숙성해 진한 아로마 향과 잘 정제된 타닌감이 만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원 포인트 파이브’는 존 쉐이퍼와 그의 아들 더그 쉐이퍼 부자 간 유대감과 파트너십을 상징해 만든 와인이다. 1세대와 2세대를 아우르는 1.5세대 와인으로, 두개의 스택스립스 디스트릭트 포도밭인 쉐이퍼 힐사이드 에스테이트와 와이너리 남쪽에 위치한 “경계선 Borderline”의 빈야드에서 100% 뉴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0개월 숙성해 탄생한다. 잘 익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부드러운 타닌과 풍부한 과실 향, 풀바디감의 긴 피니쉬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쉐이퍼 와인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쉐이퍼 빈야드의 플래그십 와인 ‘힐사이드 셀렉트(Hillside Select)’는 무려 6번의 로버트 파커 100점(’01, ’02, ‘07, ‘10, ’12, ‘16 빈티지)을 받았다.
2000년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미국 9대 컬트 와이너리에 할란, 스크리밍 이글 등과 함께 선정되며 미국 컬트 와인을 대표하는 주요 생산자로 지명되었다.
2002년엔 쉐이퍼의 와인메이커 엘리아스 페르난데즈가 Food & Wine Magazine, Wine Review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되었다. 2012년에는 와인 스펙테이터 올해의 100대 와인 1위로 ‘릴렌틀리스(Relentless) 2008 빈티지’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