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신건강도 중요합니다”…우울증 늘지만 정신건강 검진 안 받는 사람들 [건강+]

정신건강 검진대상 2명 중 1명만 검사 받아
“지속성 갖춘 치료체계·검진 활성화 대책 필요”

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지만, 국민들의 정신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국가 정신건강 검진율이 50%대에 그쳐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치료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울증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국가 정신건강 수검현황에 따르면 매년 우울증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초진을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등을 찾은 우울증 환자 수는 2019년 64만8773명에서 2020년 68만8289명, 2021년 75만5019명, 2022년 83만9707명, 2023년 88만2155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국가 정신건강검진 수검률은 53.9%에 그쳤다. 국가 정신건강검진 대상자 2명 중 1명은 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도별 수검률은 2019년 69.9%에서 2020년 61.9%, 2021년 54.2%, 2022년 51.1% 등이었다.

 

특히 20·30대의 국가 정신건강검진 수검률은 평균을 밑돌았다. 지난해 기준 20대 미만의 수검률은 36.32%로 가장 낮았으며, 30대(50.54%), 40대(59.91%), 50대(58.28%), 60대(61.51%), 70대(69.17%) 등의 순이었다.

 

국가건강검진 정신건강검진 수검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백혜련 의원실 제공.

 

실제로 국민들은 영양제를 챙겨먹는 등의 식단관리보다 정신건강 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그룹 KB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25~69세 남녀 2000명의 10명 중 7명은 식단을 관리하고 9명이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한다고 답했다. 반면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대상자 10명 중 6명이 최근 1년 동안 1개 이상의 경·중증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어려움에도 병원이나 상담센터 등을 이용해 본 사람의 비중은 34.2%에 그쳤다.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로 ‘그냥 두면 나아질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44.6%에 달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문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누구나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초기 상담·치료부터 관리까지 지속성을 갖춘 치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투입 재정 대비 효과가 충분할지 의문”이라며 “건강보험 상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정신건강 관련 공공센터와 인력을 확충하는 등 초기 치료와 치료 이후 관리까지의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혜련 의원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3.6명으로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정신질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정신건강검진을 활성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