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 메리 비어드/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3만8000원
저명한 고전학자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부터 알렉산데르 세베루스까지 300여년에 걸쳐 로마제국을 통치했던 통치자 약 30명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조명한 책이다. 단순히 한 황제의 일대기가 아니라 한 집단으로서 황제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꼼꼼히 짚는다. ‘괴물 네로’, ‘미친 칼리굴라’,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로마제국 통치자들에 대한 전형적인 통념을 뒤집고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을 살펴본다. 한때 스코틀랜드에서 사하라까지, 포르투갈에서 이라크까지 뻗어 있는 영토를 다스렸던 황제가 어디에서 살았고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잠을 잤고 어떻게 여행했는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그들의 권력을 추구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실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흥미로운 일화와 날카로운 통찰, 풍성한 시각 자료가 담겨 술술 읽힌다.
책에 따르면, 황제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식사 자리는 황제 통치의 긴장과 관대함을 드러낸다.
식사 모임과 인사의 형식을 매우 따졌던 티베리우스(아우구스투스의 양자, 서기 14∼37년 로마제국 통치)는 식후 퀴즈 놀이의 답을 알아맞힌 사람과 관계를 끊었고, 나중에 자살 명령까지 내렸다. 이 황제는 그날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한 문제를 내는 버릇이 있었고, 운 나쁜 희생자는 미리 궁궐 사람들을 통해 티베리우스의 독서 목록을 입수해 그를 이기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