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샤워는 사치… 방과 후 풀 캐서 팔아”

5년 전 탈북한 16세 노진해양
통일부 간담회서 北 실상 설명
“노력으로 해결 안돼 마음 아파”

“남한에선 친구가 탈북 소문 협박”
차별 등 정착 과정 어려움 토로도

“저는 한국에 와서 메이크업도 하고 다니는데, 북한에 있는 친구들은 메이크업은커녕 씻는 것도 제대로 못 해요. 씻지 못해 냄새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서로 이해하며 사는 거죠.”

2019년 탈북한 노진해(16)양은 통일부가 10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아의 날’을 하루 앞두고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개최한 주한 여성 외교단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열악했던 북한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한국에 온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열린 ‘세계 여아의 날’ 계기 탈북민 모녀 및 주한 여성 외교관 초청 간담회에서 탈북민 모녀 우영복씨(왼쪽)와 딸 노진해 학생이 한국과 북한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노양은 북한에서 배선공 일을 하는 아버지와 장마당에서 돈을 번 어머니 덕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는 부족함이 없이 살았지만 샤워만큼은 밖에서 떠온 물로 온 가족이 다같이 해야 하는 사치에 가까웠다고 이야기했다.



노양은 그러면서 “학교가 끝나면 풀을 캐러 산에 가거나, 그 풀을 팔러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그런 친구들 집에 가보면 못 산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아주 힘들어 보였다”고 말했다. 또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아니까 마음이 더 아팠다”고도 했다. 이어 “학교에서 한겨울에 학생들에게 김일성 동상 청소를 시키면서도 패딩도 못입게 하고, 헌화를 강요하면서 값비싼 꽃을 사비로 사게 만들어 억울했다”며 “(북한은) 진짜 살기 힘든 나라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남한에서의 생활도 쉽지 않다고 했다. 노양은 “남이 뭐라고 안 해도 내 스스로 탈북민이라는 게 신경이 쓰인다”며 “예전에 친구에게 탈북민이라고 말했는데 그걸 소문내겠다고 협박해서 너무 슬펐다”고 울먹였다.

노양은 어머니 우영복(54)씨와 함께 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에 오기까지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을 횡단한 여정을 다룬 2023년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세계 여아의 날’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 여아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북한의 여성, 여아들의 열악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과정에서 겪은 차별과 편견, 폭력 경험을 딛고 기회를 찾아, 꿈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 여아들의 꿈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씨, 노양 모녀와 함께 한국에 주재하는 과테말라, 체코, 헝가리, 유럽연합(EU), 콜롬비아 공관 소속 여성 외교관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