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첫 토론회서 평행선만 확인했지만 계속 만나야

악수하는 장상윤 사회수석-하은진 비대위원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2024.10.10 nowwego@yna.co.kr/2024-10-10 17:08:24/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의대 증원을 놓고 8개월째 갈등해온 의료계와 정부가 어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서울의대·서울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토론한 것이다. 정부 쪽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비대위에선 강희경·하은진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서울대가 의료계를 대표하지는 않더라도 의·정 간 진지한 토론 자체는 의미가 크다. 진즉 있었어야 할 토론이라서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양측이 어제 토론회에서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건 아니다. 정부는 의료개혁이 왜 시급한지를 설명하고 의대 증원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교수들은 의료개혁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조적 문제 해결보다 의사 숫자 증원으로 접근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4·10총선 전 면담한 적 있으나 의·정 간에 본격 토론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은가. 이런 대화를 자주 가져야 한다.



전공의를 비롯해 의료계도 이제는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의료계 요구대로 내년도 의대 1509명 증원 방침을 철회하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 이미 대학입시 수시모집까지 끝난 터라 무의미한 요구일 뿐이다. 의료계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제는 무리한 요구를 접고 중증·고난도 필수진료 및 응급의료 수가 문제, 전공의 근무 여건 등에 대한 실리를 얻는 게 현명한 태도다. 정부가 2026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협의할 수 있고 의사수급 추계기구도 신설해 함께 논의하자고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았는가.

정부는 의료개혁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일관되게 지키되 의료계를 설득하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내년 의대생 7500명이 수업하는 상황에 대비하려면 의료계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교육부가 의대생의 내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현재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가 이틀 만에 거둬들인 건 성급하고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개혁에 나서놓고도 의료 교육의 수준을 낮추겠다면 개혁의 당위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일 뿐이다. 정부부터 원칙 없이 흔들린다면 누가 정부 방침을 믿고 따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