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독대해 정국현안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독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윤 대통령이 일단 참모들의 건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한 대표와의 독대 요청을 외면해 왔던 윤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현 정국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던 지난달 24일 이후 악재는 쏟아졌고 윤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해 야권은 탄핵 공세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고, 야당은 상설특검 추진에 나섰다. 여기에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해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문제 등이 잇따라 터져 설상가상 형국이다. 명씨의 주장은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며 파문은 점입가경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어제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24%로 이 기관 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한 독대의 최대 이슈는 김 여사 문제다. 한 대표는 어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여사 기소를 촉구한 것으로, 파장이 심상치 않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 “자해발언”(윤상현 의원)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일각에서는 이 발언으로 윤·한 독대 성사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활동 자제가 필요하다고 했던 전날 자신의 입장과 관련, “당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말 김 여사의 대국민사과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온 한 대표는 명품 백 수수 사건과 관련한 ‘김 여사의 사과’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결과는 여권 전체의 정국 대응 전략과 당정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국민 사과, 대외활동 자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해법이다. 이 정도 합의도 내놓지 못하면 두 사람이 만나도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독대가 확정되면 정국 돌파를 위한 ‘마지막 카드’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마주 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