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탈락하는 벼랑 끝 대결인 202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운명의 5차전에서 LG 임찬규(32)와 KT 엄상백(28), 두 우완투수가 리턴매치를 벌인다. 4차전 연장 혈투를 벌이며 불펜 소모가 많은 만큼 두 선발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LG와 KT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준PO 마지막 경기에서 두 투수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임찬규와 엄상백은 지난 6일 열린 준PO 2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엄상백은 4이닝 6피안타를 내주는 등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임찬규는 5.1이닝 7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을 거두며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0승6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한 임찬규는 KT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KT와 경기에 4차례 선발 등판해 20이닝 평균자책점 2.70을 거두며 3승을 챙겨갔다. 엄상백은 올 시즌 개인 통산 최다인 156.2이닝을 던지며 개인 최다인 13승(10패)의 성적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4.88로 높은 편이지만 KT 선발 마운드 한 축을 담당하며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두 투수 모두 각 팀의 간판타자를 상대로 매서운 공을 던졌다. KT 강백호는 임찬규를 만나 11타수 1안타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LG 오스틴 딘 역시 엄상백을 상대로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조심해야 할 선수도 있다. 임찬규는 배정대에게 7타수 3안타를 내줬고, 엄상백은 홍창기와 김현수에게 나란히 6타수 3안타를 내주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두 투수의 목표는 명확하다. 최대한 긴 이닝 마운드에서 버텨주는 것이다. 지난 5일부터 이어진 총력전에 양 팀 불펜이 지쳐 있는 만큼 선발투수가 최대한 오래 마운드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두 감독은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불펜 총동원도 불사해야 하지만 계투진의 체력이 문제다. 4차전에서 KT는 고영표와 소형준, 박영현을 투입하며 승리를 챙겼고, LG는 김진성과 유영찬, 함덕주, 백승현, 정우영은 물론 준PO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까지 마운드에 세우며 KT 공격을 받아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에 이어 손주영을 중간계투의 핵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손주영은 8일 열린 3차전에서 초반 무너진 최원태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5.1이닝 2피안타 7탈삼진으로 맹활약하며 생에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강철 KT 감독은 고영표와 박영현에게 믿음을 보내고 있다. 고영표는 1차전에서 4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힘을 냈고, 4차전에서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와 3.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박영현 역시 4차전 3.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들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지는 미지수다. 긴 이닝을 소화한 손주영은 고작 3일을 쉬었고, 박영현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KT 불펜을 든든하게 지켜와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다.
투수진에 과부하가 걸린 두 팀은 선취점을 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공격첨병을 맡은 홍창기가 18타수 5안타 2루타 2개 타율 0.278로 나름대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위타선에서도 문성주가 13타수 5안타 타율 0.385로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중심타선에 배치된 문보경이 1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KT는 1번 타순에 배치된 김민혁과 하위타선의 장성우가 1할대 타율로 부진하지만 황재균과 배정대, 강백호가 0.333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